‘저가 요금’ 제4이통사 등장… “MVNO 무시 못할 것”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제4이동통신사의 출현, 블랙리스트제도 도입, MVNO의 본격 활성화 등이 통신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고된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기존 이동통신(MNO) 3사 체제로 굳어진 이통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내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값 요금’ 제4이통 출현 임박

3사 구도로 굳어진 통신 시장에 변화를 줄 것이란 기대로 관심을 끌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출현이 내달로 확정됐다. 유력한 후보군은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을 이어가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현대그룹, 삼성전자(현물출자) 등이 한 팀을 꾸린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두 곳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지난 13일 발표한 ‘기간통신사업 허가심사 기본계획안’에 따라 총 점이 가장 높은 한 곳만 제4이통사로 선정된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통신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주자로서 제4이통사가 내세우는 것은 ‘기존보다 저렴한 요금’이다. 제4이통사는 저가통신사(MVNO)와는 달리 자체 통신망을 깔고 서비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와이브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망 구축비용이 기존 이동통신망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월 기본료 1만 원 미만의 저렴한 요금제와 3만 원 정도의 무제한 정액 요금제로 공격에 나선다.

따라서 제4이통사가 저렴한 요금 공세로 많은 가입자를 흡수한다면 기존 통신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그 영향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통신3사에 신선한 충격과 긴장을 안겨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관건은 제4이통사가 가입자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와 와이브로용 휴대전화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기중앙회의 경우 사업 초기 내건 가입자 목표는 LG유플러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명이다.

중기중앙회는 소속 조합원과 중소기업투자자, 개인투자자까지 합세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목표를 이뤘다 치더라도 제4이통사에게는 와이브로 전용 휴대전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블랙리스트 도입 MVNO ‘탄력’

내년 5월부터 도입되는 ‘개방형 IMEI(국제단말기식별번호) 관리제도’ 일명 블랙리스트제도 또한 통신 시장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기존에는 통신사별로 자사 시스템에 IMEI가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해주는 ‘폐쇄형 관리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IMEI를 등록하지 않은 단말기도 이통사에서 개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개인적으로 구매해 원하는 이통사의 유심(USIM, 가입자식별모듈) 칩을 껴 넣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이통사 대리점이나 제조사 직영점, 이마트 같은 유통점,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도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이통사 중심으로 돌아가던 통신 시장이 유통망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윤두영 전문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블랙리스트제도는 유통 방식을 변화시켜 그간 투명하지 못했던 단말기 원가구조 문제 등을 해결, 단말기 가격과 가계 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내년 2‧3분기가 되면 번호이동제도, 선불이동전화 활성화 정책 등 MVNO 활성화 제도가 정착, 발표되면서 MVNO가 국내 이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두영 전문연구원은 “정부도 MVNO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내놓는 등 적어도 내년 말이 되면 저가통신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1년 사이 급성장한 MVNO 사업자를 빼놓고는 이제 통신 시장을 얘기할 수 없듯이 국내 시장에서도 MVNO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전에는 한 달에 2000 ~3000원 정도밖에 안 써도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 더 비싼 기본료를 사용하며 많은 돈을 내야 했지만 이제는 저가통신사가 출현함으로 이런 시장을 충족시켜줄 사업자가 생겨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통신 시장이 더 풍성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MNO: 이동통신망사업
    MVNO: 가상통신망사업자, KT나 SKT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저가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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