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균우 왕인문학회 회장 소설가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학교는 아침 8시까지 등교하여 아침 자율학습을 한다. 때문에 담임교사는 적어도 8시 5분 전에 출근해 자율학습 지도에 임해야 한다. 말은 자율학습이지만 지도가 없으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날도 필자는 일찍 출근해 7시 50분에 교실로 들어가서 전례와 마찬가지로 자율학습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때 나이는 56세로 그 학교에 처음 부임했는데 학교에서는 ‘주임자리는 없고 대우는 해주어야 될 텐데’ 하는 걱정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교도주임 옆에 주임과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 놓고 편히 근무하라고 했다. 존중해주는 것은 무척 고마웠지만 편하게 지내면 무엇 하느냐는 생각에 담임을 자청해 오랜만에 2학년 14반 담임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날도 아침 자습을 지도하고 있는데 학년주임 교사가 오더니 김상문 학생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상문이가 동료 학생에게 구타를 심하게 당했다고 하니 전화를 해보라는 것이다. 깜짝 놀라 상문이를 찾아보니 양호실로 갔다고 했다.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우선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받았다.

“여기 ○○중학교인데요” 했더니 다짜고짜 “당신이 담임이요?” 한다.
“예, 그렇습니다.”
“담임이 뭐해 처먹는 놈이야. 사람이 죽어 가는 것도 모르고… 상문이 지금 어딨어?”
“양호실에 있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정신들이 있나? 죽어 가는 사람을 방치해 두고 지금 상문이가 심하게 맞고 구역질을 한다는데, 구역질을 하면 뇌에 이상이 있다는 증건데 방치해 둬? 이런 것들이 선생이라고 앉아서… 한심하다, 한심해. 이렇게 방치했다가 죽으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속으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사면 일과시간 전까지도 책임질 수 있나’ 대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참았다기보다는 의학에 대한 상식이 없어 겁이 났다. 허둥지둥 학교 승용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우선 데리고 가서 진단을 받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안심이 되었다. 환자는 어머니가 와서 데리고 갔다.

그래도 어머니는 그 아버지가 담임에게 전화했던 내용을 알기 때문에 이해하라면서 사죄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분은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전화로 불쾌한 말을 했다.

어머니는 의사의 말에 안심했지만 아버지는 노발대발 고함을 치면서 큰 병원으로 다시 가서 진찰을 받으라고 했다. 한양대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했으나 역시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 후 학생부에서 조사할 것이 있어서 학부모 소환을 했던 모양이다. 그때도 어머니가 필자를 찾아와 죄송하다고 심심한 사죄를 했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으나 식당을 경영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응해 주지 않았다. 그때 양쪽 병원비는 26만 원으로 대단히 많은 액수였으나 가해자 측에서 배상했다고 한다.

사고의 경위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이 월요일이었고 그 전날 즉, 일요일에 이웃에 사는 박성욱이가 다른 친구와 같이 전자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오락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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