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연장 대신 자율협약 방식 전환
대출 만기연장, 6개월·1년 단위 갱신
채무조정 희망자 대상 연착륙 진행
새출발기금·신속금융지원 등 공급
금융사 잠재부실 우려 목소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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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각각 3년, 1년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각각 3년, 1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6개월씩 일괄 연장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방안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대내외 여파가 나빠짐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지원조치를 종료할 경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들이 대거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진행됐다. 단 정부 주도의 일괄적인 연장 대신 금융권 자율협약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조치를 재연장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가 지원된다. 

금융당국은 연장 방안과 함께 ‘연착륙 방안’도 확정했다. 향후 6개월 동안 금융회사와 차주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최적의 상환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새출발기금’과 ‘중소기업 신속금융지원’ 등 기존에 마련된 채무조정 방안을 연계해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일명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불리는 해당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된 이후 6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돼 이번이 다섯 번째다. 전 금융권은 올해 6월 말까지 362조 4천억원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지원했으며, 현재 141조원, 57만명의 대출자가 조치를 이용하고 있다. 만기연장 124조 7천억원, 원금유예 12조 1천억원, 이자유예 4조 6천억원 등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영업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당초 예정대로 종료할 경우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경제적 충격일 뿐 아니라 금융권 부실 전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온전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위기대응시간을 부여해 차주와 금융권 모두가 충격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연장 방안에 따르면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구조로 최대 3년간 만기연장이 이뤄진다. 그간 금융당국 주도로 만기연장이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금융권 자율 협약으로 전환된다. 2025년 9월 이후엔 개별 금융회사가 차주의 건전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가 연장을 결정하게 된다.

원리금 상환유예는 내년 9월까지 최대 1년 더 연장된다. 6개월 상환유예가 아닌 최대 1년간 유예조치를 취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차주가 정상적인 영업 회복 뒤 대출을 갚을 수 있도록 했다. 상환유예 차주는 내년 3월까지 금융사와 협의해 유예 기간 종료 후 원리금에 대한 상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한 내 상환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지원이 종료된다.

이외에도 채무조정을 희망하는 차주를 위해 별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내달 4일 출범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상환 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차주별 상황에 따라 금리 등을 조정받을 수 있다.

새출발기금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에는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신속 금융지원 등 채무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용위험평가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은 금융사별 기업개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금리 상승기에 중소기업이 고정금리 대출을 통해 금리 상승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금리 수준을 낮춘 6조원 규모의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도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재연장 방안은 그간의 전례와 비교했을 때 파격적인 조치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장기화로 부실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은 종료하고 금융권 주도의 자율적인 만기연장으로 전환하는 연착륙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고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의 압박이 가해지자 ‘전면 재연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잠재부실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2%로 역대 최저치(6월 말, 0.20%)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원화대출 연체율이 최저치 수준을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금융조치가 네 번 연속 재연장되면서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로 2년 6개월간 차주의 건전성 정보가 깜깜이 상태로 지속되면서 금융회사 입장에선 위험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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