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오전 평북 태천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하며 도발을 재개했다. 지난 6월 단거리 미사일 8발을 발사한 뒤 3개월 만이다. 이번 도발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이 5년 만의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부산에 정박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북한 미사일은 고도 60㎞로 약 600㎞를 비행했으며 속도는 약 마하 5(음속 5배)로 탐지됐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레이건 항모전단이 정박 중인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까지의 620㎞와 거의 비슷하다. 부산이 유사시 미국의 증원전력이 집결하는 주요 병참지역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 주변 긴장을 고조시키는 명백한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이뤄진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복합적인 노림수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레이건 함 등이 부산으로 들어온 시점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이번주 예정된 연합해상훈련을 일련의 도발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번 미사일 발사를 체제 결속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 측은 좀더 전략적이고 정교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핵 무력 정책’ 법령을 지난 9일 공개하면서 핵을 공세적·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에 있음을 주장한 뒤 벌인 첫 도발이다. 이미 7차 핵실험을 위한 ‘핵 버튼’을 누르기까지 일련의 도발 시간표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은 앞으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상황이 자신들 의도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도발 형태로 한미동맹이나 국제사회의 균열을 깨뜨리는 것을 기대했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당장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성의 있는 답변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남북이 그동안 공감해 온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라도 화답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의 도발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압도적인 방어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미 연합훈련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또 점차 핵위기로 치닫는 남북 국면전환을 위해 좀더 전향적인 남북 협상 카드를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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