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건전성 양호”
한은 “물가 5∼6%대 지속”
환율이 물가상승 추가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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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9.26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가 10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가 상당기간 5~6%대의 고물가를 계속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환율이 물가상승의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정부와 한은은 최근 환율상승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환율 불안에 대해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을 보고하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되는 모습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국내 경기둔화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최근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는 경상수지의 경우 중국경제 상황 등 대외 여건이 불안하지만, 올해와 내년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8월 중순 이후 미국·유럽의 통화 긴축 강도 강화 기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원화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환율 상승을 외환위기(1997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코로나19 확산(2020년) 등 과거 환율 급등기와 비교하며 “미국의 긴축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주요 기인하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고환율에 대한 한은의 이 같은 기조는 기획재정부와도 비슷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원화 가치만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같이 가고 있다”며 “과거 양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세계 9위 수준인 외환 보유고와 7400억 달러 규모의 대외 자산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또한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도 높은 대외신인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외화자금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며 우리나라는 대외채권 규모가 대외채무를 상당폭 상회하는 순채권국인 데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규모를 고려할 때 유사 시 대응능력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심시켰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과 관련해서도 “국내 물가 및 성장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은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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