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美 국회 향해 “이XX” 발언
野 “국제 망신이자 외교 참사”
대통령실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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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 폄하 및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나오는 자리에서 미국 의회 비하 발언을 한 영상이 확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오후 뉴욕 시내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가량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의장을 걸어나오면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대통령)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화면에 담겼다. 발언 전후의 맥락이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된 것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지칭한 국회는 미국 의회를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외교 참사’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담 장소를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장면이 담겨 큰 외교적 실례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가치동맹의 민낯과 사후 조정도 못한 무능에 모자라 대한민국의 품격만 깎아내렸다”며 “성과가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자당 이준석 대표를 향해 ‘이XX 저XX’ 지칭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국익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행동 해야 하는 정상 외교 자리에서 그것도 미 의회를 향해 욕설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대통령의 이런 욕설 입버릇이 타국 의회를 향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며 정상 외교 자리에서 국익과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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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이용득, 박병석, 정대철, 임채정 상임고문, 이재명 대표, 김원기, 문희상, 이해찬, 정동영 상임고문.

오 원내대변인은 “무엇보다 큰 걱정은 막말 외교 사고의 큰 후폭풍”이라면서 “IRA법 관련 국내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최대한의 성과를 기대한 국민에게 윤 대통령이 남긴 것은 욕설 사고 핵폭탄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참담한 마음이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어떤 맥락에서 발언이 나왔는지 정중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시장바닥 용어를 말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폭로에 그래도 설마 했다. 그런데 이번 뉴욕에서의 발언을 보니, 사실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박주민 의원은 “윤 대통령 때문에 부끄러운 대한민국 국민은 어떡하나”라고 비판했다. 강병원 의원은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국익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한 대통령의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와 외교라인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며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대통령, 정말이지 처음”이라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욕설’ 발언 논란에 대해 “저는 거짓말 같지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뒤따라가는 중이라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새벽 미국 뉴욕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언론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바로 다음 회의가 지체돼서 부리나케 가면서 하신 말씀이라 크게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다”며 “무대 위에서 공적으로 말씀한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말씀으로 한 것을 누가 어떻게 녹음했는지 모르지만 그 진위 여부도 사실은 좀 판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사적 발언에 대해서 외교적 성과로 연결짓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든 국익을 위해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런 일로 외교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발언 내용과 경위에 대해 전후 사정을 파악 중”이라며 “아직은 전후 사정을 파악 중이라 말을 드리기 이른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도 “당 안팎의 사정이 어렵다. 전부 서로 차분히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확인이 안 된 말이 돌아다니는 것도 많으니 팩트를 철저히 확인하고 대응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의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대통령께서 정상외교를 하고 지금 외교 강행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최근 민주당이 쏟아내는 마구잡이 흠집 내기가 도를 넘었다”며 “지엽, 말단의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국가 원수의 정상외교를 이렇게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일은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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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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