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검사·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하며 구성원들 사이에선 수뇌부인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는 최근 공수처 수사1부에서 이승규 검사와 김일로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둘 다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이 검사는 지난 5월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두 명의 사표가 수리되면 수사1부는 이대환 부장검사 외에 평검사가 2명만 남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검사의 사의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김 검사의 사의는 반려했다라고 말했다. 또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관들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지난 818일까지 수사관 6명이 사직했으며, 최근 2명 이상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아직 추가로 사의를 밝힐지 고민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김 처장이 영국 출장을 다녀오는 대로 연쇄적인 사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 내부에선 김 처장과 여 차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121일에 출범한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 기구이다. 원칙적으로는 수사권만을 가지나,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다. 사실상의 검찰 견제 기관이다. 검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며, 검찰의 범죄를 검찰 자신이 수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문 정부 출범 이후 수사의 중립성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의혹이 대표적인 경우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명쾌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의혹은 지난해 여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시절 검찰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측 주요 인물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고 인터넷 언론이 제기한 것인데, 아직도 수사가 지지부진,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성원이 사표를 던지고 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사가 맘에 들지 않을 때라고 한다. 공수처는 제대로 일을 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조직 규모가 작고 정치적인 입김에 취약한 조직인데, 책임자들조차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갈 길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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