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전략적 모호성’ 배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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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의 군사개입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일 미국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에서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2022.09.1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을 투입해 직접 방어에 나서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대만 방어 언급을 했을 때만 해도 ‘실언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거듭 반복되자 이제는 ‘의도적’일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분히 11월 중간 선거를 겨냥한 것이지만 미국-중국-대만 삼각관계의 핵심인 ‘전략적 모호성’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 백악관이 이번에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오랜 정책이 기로에 섰을 가능성도 커 그렇다면 우리로선 이 문제가 한반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바이든, CBS 인터뷰서 거듭 밝혀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CBS의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중국이 그 섬(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 전례 없는 공격(an unprecedented attack)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의 경우와 달리 미군, 미국의 남녀가 대만을 방어하는 것이냐’고 묻는 말에도 “그렇다(Yes)”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양안 전쟁 발발 시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대만에 군사 지원은 하되 직접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미국의 정책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8월 ABC 방송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거론하며 “일본, 한국,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했고, 같은해 10월 CNN 방송 행사에서는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냐’고 묻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했다”고 했다.

올해 5월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의 대만 정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진의를 묻는 언론 질의에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는 해명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과거보다 섬(대만) 방어에 미군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더 분명히 표현한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대만 개입시 한반도 미군 동원 가능”

우리로선 이 문제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로 중국 침략에 맞서 대만에 군사 개입을 한다면 한국이 자동 개입할 의무는 없지만 동아시아에 배치된 미군 병력의 재배치는 불가피하며 주한미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갑자기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오산과 군산의 공군을 이미 각종 지원 기반시설을 갖춘 일본 오키나와의 여러 공군기지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주한미군을 제외한 즉시 투입 가능한 경량 부대의 경우 대만에 투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대만 유사시에는 한반도 위기에 투입될 목적으로 역내 배치된 미군 병력이 타이완에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즉 제3 해병 원정군과 가데나 기지 미 공군 병력 등 한반도 위기 투입 병력이 대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미군 병력이 대만으로 재배치되면서 한국은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더 많은 역할을 스스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만큼 확실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대만 위기 발생 시 한국이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일본보다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도 “한국의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에 대만 위기 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국이 대만 충돌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할지, 개입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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