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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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한동안 불린 적이 있었다. 이 노래는 원래 1947년 발표된 ‘우리의 소원’으로 가사도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다. 그렇지만 동요로 어린이들이 부르다 보니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바뀌어 부르게 됐다고 한다. 곡명이나 가사가 바뀌게 된 것은 일제로부터 독립은 했지만,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근대는 무력한 대한제국을 용서하지 않았고, 한반도는 악의로 가득 찬 일제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했다. 짓밟힌 35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해방됐지만,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북으로 분단됐다. 구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은 남침해 6.25전쟁을 일으켰다. 20세기 이념전쟁을 출발시키면서 불행하게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가져왔던 전쟁은 3년을 넘은 끝에 휴전했다.

그 후 냉전이 깊어지면서 분단은 고착됐다. 1971년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 이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굵직한 사건 이외에도 크고 작은 도발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북한의 도발은 대한민국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계속됐다. 심지어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음에도 도발은 있었다.

한반도는 휴전상태이고 종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평화를 위해 노력했고, 1990년에는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해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법적 노력도 했다. 2003년에는 북한지역에 개성공단이 착공됐고 2005년부터 대한민국 업체들의 입주로 가동되면서 남북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공단은 2013년 잠시 폐쇄된 후 재개됐다가 2016년 중단된 후 더 이상 재개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무장을 통해 무산됐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궁극적으로는 통일이란 과제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념과 정치체제가 다른 가운데 분단된 지 8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과거 하나의 국가였고 하나의 민족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991년에는 분단의 고착화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남북이 동시 가입했고, 국제사회는 분단국가이지만 각각 독립국가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분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가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서 제4조를 신설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3조에서 보듯이 그동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분단이란 현실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행 헌법 제4조는 우리나라 영토가 한반도이지만 현실은 분단돼 있어서 앞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하에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일을 위해 우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3명의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화해와 협력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익은 취하면서도 도발은 계속했다. 심지어 2008년과 2020년에는 우리나라 국민을 총격해 피살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의 발생에도 우리나라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계속 증명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도 있다. 이는 전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방력을 키워 누구도 넘볼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 독일과 일본은 헌법에 무기불소지 또는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자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해 군 또는 방위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전쟁이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도발과 군비증강, 핵무기 보유 등 북한은 한 번도 적화통일의 입장을 바꾼 적이 없었다. 남북 간의 교류, 남북합의의 존중 등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국가안보를 위한 지속적 노력은 국가와 국민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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