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해외생활 경험한 젊은층 중심으로 매년 확산
“의미도 모르면서”… 서구 문화 마구잡이 수용 지적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할로윈(Halloween) 풍습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할로윈 축제가 빈번해지면서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코스튬플레이를 한 내외국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9일 개막한 ‘2011이태원 지구촌&세계문화축제’에 참여할 겸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모였다.

다소곳한 공주를 비롯해 늑대인간, 대통령, 마녀, 죄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으로 분한 이들은 거리낌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그곳이 자기네들 세상인 양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그중 몇몇은 행인을 놀라게 했다. 또한 이날만큼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된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국내에서 할로윈 풍습은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혔다. 어학연수나 여행으로 서구 문화를 일찍이 접한 20대에서 30대 초중반에게 할로윈은 익숙하다. 젊은이와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과 홍대, 강남 일대 클럽이나 바에서는 할로윈이 시작되기 약 2주 전부터 분위기를 냈다.

하지만 할로윈 축제가 본질을 상실한 채 상업적이고 ‘놀고먹자’는 식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있다. 홍대 부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48) 씨는 “할로윈을 즐긴답시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이들이 있다. 또 노출이 심한 코스튬을 한 사람들을 보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할로윈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소수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술에 취해 상대방에게 욕을 일삼는 거나 소음을 냈다. 이들이 지나간 길은 깨진 유리병조각과 쓰레기로 난장판이 됐다.

김모(24) 씨는 “할로윈의 의미를 모르면서 마구잡이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단순히 유령 옷이나 입고 해괴망측한 화장으로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할로윈을 생각하기 전에 우리나라 고유 명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로윈 데이’란?
새해를 11월 1일이라고 여겼던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밤에 사망자의 영혼이 산 사람에게 들어간다고 믿었다. 망령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유령으로 분장하고 모닥불을 피웠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할로윈데이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날 마녀나 도깨비를 가장한 어린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Trick or Treat(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를 외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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