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는 첫 대면 추석
“손님 훨씬 많이 오고 분위기 더 좋아져”
“젊은 사람들은 마트·백화점으로 몰려가”
“오른 물가에 비싼 가격에도 손님 줄어”
“어느 정도 활성화됐지만 느껴지지 않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상인들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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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전날인 9일 오전 11시경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가게에서 시민이 과일 및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9.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앞두고 손님이 오긴 오지만 많이 오진 않아요. 말이 남대문시장이지 손님이 갈수록 끊어지고 있어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전날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남대문시장은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힌 가게들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추석은 특별히 지난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3년여 만에 맞이하는 첫 대면 추석 연휴다.

이날 오전 11시께 남대문시장에서는 추석 음식 장만을 위해 장을 보러 나와서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채소·과일·떡을 정돈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 다양한 가게를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살펴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대문시장의 골목골목에는 많은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으나 가게 앞에서 추석을 맞아 장을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특히 떡집이나 채소가게, 과일가게 앞에는 음식을 사기 위해 고르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한 떡집 주인은 쉴새 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응대하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진열된 떡을 정돈하던 그는 “바빠서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처음 대면 추석이다 보니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손님들도 훨씬 많이 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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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전날인 9일 오전 11시경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가게에서 시민들이 채소 및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09.

채소가게를 장사한 지 2년 정도 됐다던 김혜진(가명, 63, 여)씨는 “재래시장에는 늙은 분들이나 엄마들이 오지 젊은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마트로 간다. 저희는 그나마 단골손님이 좀 있어서 찾아오는 것 같다”며 “어제는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어서 마스크를 쓰지도 못했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런 모습조차 코로나19 이전 만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치솟은 물가에 손님들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가끔 손님들이 와도 시금치가 8000~9000원 정도 하니까 (가격을) 물어보고 놀라서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손님이 많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고 회복은 더디지만 연휴라서 그나마 손님이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과일과게를 운영하는 이해은(가명, 60대, 여)씨도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조금 많아지고 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된 것 같지만 우리가 느끼는 재래시장 분위기로는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야채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까 더 안 오는 것 같다”며 “경기가 조금 살아난 듯한데 아직 멀었다. 물가가 안정되면 손님들도 다시 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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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전날인 9일 오전 11시경 남대문시장에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천지일보 2022.09.09

시장을 찾은 시민에게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가족들이랑 같이 장을 볼 겸 오랜만에 남대문시장에 왔다던 한승훈(50대, 남)씨는 “자주 오지 않아 평소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왔을 때보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연휴 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장을 보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장을 보러 마트를 자주 가지만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마트보다 시장으로 왔는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필요한 것만 사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엄마 심부름으로 과일을 사러 온 이민지(23, 여)씨는 “집이 이 근처라서 돌아다니다가 종종 남대문시장에 오긴 하는데 추석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더 활발한 것 같기도 하다”며 “코로나19가 한창 심했을 때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조용했는데 지금은 거리두기도 없고 마스크도 의무적으로 안 써도 돼서 사람들이 편하게 나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대면 명절의 특수를 시장 전체가 누리는 건 아니었다. 손님이 몰려 바쁘게 손님맞이를 하던 가게들과는 다르게 남대문시장 곳곳에는 문이 닫힌 가게들도 많이 보였다. 또한 한 골목에 위치한 모든 가게가 문이 닫혀 손님이 아예 돌아다니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손님이 없는 가게의 상인들은 밖에 나와 앉아 서로 이야기하거나 가게 안에 물품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손님들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20년 있었고 한 옷가게를 8년째 운영해 왔다는 권희정(50, 여)씨는 “연휴 때 돈 있는 사람들은 다 놀러 가지만 돈 없는 분들은 여기 나와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며 “손님이 없을뿐더러 추석 대목도 없다. 이럴 때 시장에는 사람이 없지만 백화점에는 사람이 넘친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권씨는 “전에 가게를 하나 더 했었는데 코로나19 터지고 장사가 안돼서 6개월 만에 접었다. (이 주변에) 많은 가게도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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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전날인 9일 오전 11시경 남대문시장 골목에 위치한 가게들이 문을 닫은 모습. ⓒ천지일보 2022.09.09

한편 올해 ‘대면 추석’을 맞이하면서 진정세로 접어든 코로나19 재유행이 연휴 이후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추석 명절을 맞아 이동과 모임이 잦아지면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연휴 기간 대규모 이동과 대면 접촉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인들도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작게 운영하던 한 상인은 “추석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대해서 매우 예민하게 생각한다”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던 상인은 “손님들이 더 많아지고 시장도 살아나면 좋겠다. 가게는 열어놓고도 손님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다니는 손님만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그렇다”며 “물론 추석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시장이 그래도 어느 정도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이후 확산세가 심해져서 다시 이런 분위기가 없어질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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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추석 전날인 9일 오전 11시경 남대문시장 골목에 위치한 몇몇 가게들이 문을 닫은 모습. ⓒ천지일보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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