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음식 가짓수 9개도 충분
기본음식, 송편·나물 등 6가지
고인이 즐기던 음식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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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표준안 (출처: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늘(10일)은 추석 당일이다. 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추석 차례 문화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온 가족이 모여 오랜 시간 상차림 준비가 이뤄졌던 풍습은 근래에 들어 모이지 않는 가족이 늘고 가정마다 음식이나 방법이 간소화되는 등 많이 달라졌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많은 업체에서도 추석 음식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마련하거나 혼자 명절을 보내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들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추석 차례상에 전이나 부침개 등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설·추석마다 대두됐던 ‘명절증후군’은 한결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 차례상은 어떻게 차릴까?

제사상은 제사를 모실 때 차리는 상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상차림의 기본은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左脯右醯: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棗栗梨枾: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원칙을 따라 기제사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가 다르다.

적(炙, 불에 굽거나 찐 것)은 고기와 생선 및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미리 올리며 제상은 방위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며, 신위(神位, 조상의 영혼이 의지할 곳)를 모실 위치에 병풍을 치고 그 앞에 제상을 놓는다.

차례상은 대개 다섯 열로 음식을 놓는데 1열은 신위를 모신 맨 앞줄로 수저, 술잔, 흰고을떡, 떡국 등을 놓는다. 2열에는 전(煎)과 적(炙)을 올린다. 전은 대개 왼쪽부터 육적(구운 고기), 소전(두부 채소 부친 것), 어적(생선 구운 것)의 순서로 올리며 생선머리는 동쪽을 향하게 한다.

3열은 탕(湯)을 2열과 같은 순서(육탕→소탕→어탕)로 놓으며 4열에는 말린 포, 나물, 간장, 나박김치, 식혜 등이 올라온다. 좌포우혜에 따라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5열에는 조율이시에 따라 과일을 올린다. 보통 설 차례상에는 대추, 밤, 배, 곶감, 사과 등을 올리는데 배와 감을 바꾸기도 하며 그 외에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 제사상을 차릴 때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 동쪽에 흰 과일 서쪽에 놓는 일)에 따라 올리거나 특별한 순서가 없다. 한과나 약과는 오른쪽에 올린다.

◆올해 차례상 간소·표준화 방안의 차이는?

기본적인 명절 차례상은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올해 추석에는 차례상 간소화 표준화 방안이 발표됐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수십 가지의 음식을 차릴 필요 없이 9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튀김이나 지진 음식도 빠졌다. 가장 큰 ‘추석 노동’이었던 전 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홍동백서’ 혹은 ‘조율이시’ 등의 순서를 맞춘 차림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예법과 관련한 옛 문헌에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또 튀김·지진 음식이 빠졌다. 대신 총 9가지를 차림의 기본으로 한다. 송편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4가지), 술이 올라가면 된다.

성균관 의례정립위는 “음식을 더 올리면 육류나 생선, 떡을 올릴 수 있지만 이 역시 가족간의 합의 아래 결정하는 것”이라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표준화 방안에서는 차례상에 조상 사진을 함께 두는 것도 가능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관계는 가족간 의논사항이라는 점도 포함됐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유교 예법서 등을 근거로 이 같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성균관 측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반 시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 시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시민의 49.8%는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가 ‘5~10개’라고 봤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일반 시민은 10만원대(37.1%), 유림은 20만원대(41.0%)를 가장 많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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