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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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프랑스영화위원회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관한 임시비자 발급을 거절했다. 프랑스 극장 제한 상영 즉, 프랑스에서 최대 1주일 동안 두 영화를 6회가량 상영하기 위한 비자였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였고, 프랑스 영화 업계는 넷플릭스가 영화시장 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 극장연합회(FNCF)는 ‘옥자’의 칸 영화제 진출을 반대했다. 그들은 온라인 스트리밍방식으로 영화를 제공하는 방식을 반대하고 있었다. 극장과 온라인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넷플릭스 전략을 반대하고 개봉 뒤 3년 뒤에 스트리밍에 제공하는 프랑스 규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 뒤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기록했다. 더구나 이제 온라인 상영은 코로나19 이후 대세가 됐다.

만약 이를 에미상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음악계의 그래미상, 영화계의 오스카상, 연극·뮤지컬 분야의 토니상 그리고 방송에 에미상이 있지만, 에미상은 1년에 한 번만 열리지 않는다. 다만 보통 ‘에미상’이라면 TV 예술·과학아카데미(ATAS)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이다. 그런데 이 에미상은 황금시간대 즉 프라임타임 시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기준은 기존의 편성표에 따라 일정한 시간에 방송되는 기존 지상파와 공중파에 해당이 된다. 그런데 이 에미상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14개 부문에 걸쳐 후보가 됐다. 일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데도 말이다. 정규 방송에 방영이 되지 않는 드라마인데도 이를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옥자’와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 광고 수입을 생각한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TV 예술·과학아카데미(ATAS)는 외연을 확장 시키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에미상이 오징어 게임에 주목한 것은 비단 OTT 콘텐츠에 대한 인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글로컬(Glocal) 전략의 성공을 인정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글로컬 전략은 콘텐츠를 각 지역에서 직접 공급하거나 제작하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확산 전 세계 구독자들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미국에서 만든 방송 콘텐츠가 일방적인 세계에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과 다른 맥락이다. 일단 글로벌 전략은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만드는 소재가 고갈되고 비슷한 콘텐츠와 형식이 일반화된다.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수익은 적어진다. 다른 문화권으로 확장할 때 한계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미 각 지역별로 많은 매체가 있어서 미국 방식의 문화콘텐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다른 지역의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하는 방식도 비슷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다른 나라와 제작진이나 기업과 협업을 하는 예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지만, 완결성과 일관성에서 쉽지 않은 과제를 낳고는 한다.

하지만 글로컬 전략은 이와 반대다. 지역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생명력이다.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글로벌 경영 전략의 실패를 일정하게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모든 국가에 글로컬 전략을 적용한다면 결과는 소망스럽지 않다.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창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국가에 적용해야 한다. 이런 국가들은 일정하게 다른 국가들에 문화콘텐츠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반으로 하기에 제작비 대비 수익은 기본적인 수준은 보장이 된다. 이런 국가를 선별하고 이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다른 많은 여러 국가에 살포하듯이 분산 투자를 하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른바 ‘글로컬 거점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컬 거점 전략’에 해당할 수 있는 나라는 아시아에 한국이 적합하다. 한국은 콘텐츠를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을 하면서 한류라는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고 수월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서 모바일이 이끌어가는 OTT 환경에 최적화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징어 게임’은 생존 게임이라는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포맷에 공동체적 정서와 사회의식을 결합해 내고 있다. 미국적 스타일이지만 그 안에는 동양적이면서도 아시아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이러한 점은 할리우드가 결코 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에미상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콘텐츠의 미래 비전과 실행을 품어 안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주요 본상에서 ‘오징어게임’에 수상의 영광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하면 누구라도 미국의 산업에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때문에 에미상은 ‘오징어 게임’에 본상 수상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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