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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돈을 가지고 도망치던 범죄자 강해상(배우 손석구)이 경찰인 마석도(배우 마동석)에게 협상을 제안하자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대한민국 정부는 ‘돈’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국가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 민생을 어떻게 돌볼지 고민하는 철학이나 신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며 상대의 비리를 묻어주는 일까지도 가능하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범죄도시2’를 보면 인상깊은 장면이 나온다. 경찰 마석도(배우 마동석)와 범죄자 강해상(배우 손석구)이 끈질긴 추격전을 벌인 끝에 버스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다. 자신이 마석도에게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강해상은 가지고 있던 거금 중 절반을 마석도에게 주겠다며 자신의 도주를 묵인해달라는 협상을 시도한다. 마석도는 이에 응하지 않고 강해상을 두들겨 패 체포한다. 공권력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의를 구현한 이 장면은 많은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도시2의 모든 장면 중 이 장면은 가장 ‘비현실’에 가깝다. 본지는 교육청과 조달청의 불공정한 입찰 관행에 대해 꾸준히 취재해 왔다. 교육청들이 공개적으로 입찰을 진행해 ‘공정’의 모양새만 취하고 실상은 일부 기업에만 유리한 기준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전(前) 정부의 국무총리 감사실까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큼 큰 사안이었다. 당시 전 정부는 입찰의 문제점을 개선해보고자 사업자의 의견을 받아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권이 바뀌었고 대선 등으로 시끄러워진 틈을 타 이슈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교육청들은 계속해서 특정 기업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고 그렇게 불공정과 차별 속에서 기업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져 갔다. 경쟁이 없는 입찰에서 세금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쓰였을 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알고 보니 교육청이 스마트기기, 전자칠판, 충전보관함 등 학교에 보급하는 많은 물품을 특정 기업 제품의 규격에 맞춰서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고위 관계자가 사업자들에게 받은 돈 때문이다. 받은 게 있으니 밀어줄 수밖에 없고 누가 항의하더라도 묵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선거 유세 당시 ‘적폐청산’을 외쳤던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행해온 이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 아예 덮어줬다. 전자칠판처럼 여·야가 모두 연루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종의 거래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기관도, 감사 기관도 결국 정권이 원하는대로 업무를 수행하며 비리를 발견해도 처벌할지 말지, 벌을 받는다면 누가 대신해서 받을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돈만 있으면 다 되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높은 자리에 앉은 강해상들은 혈세를 나눠 먹을대로 다 나눠 먹고 호의호식하며 앞에서는 민생을 챙기는 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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