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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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제출한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 설계와 절차 등 실시계획 심사서를 최종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해안 1㎞ 바깥 지점까지 해저터널을 준공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두 차례 정화 처리한 뒤 희석해 바다에 내보낸다는 계획이지만 최종적으로 바다에 버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수십년 간 바다에 버려질지 확인할 방도가 없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기준을 음용 수준에 맞췄기 때문에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바다에 버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모순적 주장이다. 향후 최소 30년간 방류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 수준을 검증할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으면서 어떻게 ‘오염수는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일본은 주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도 잘 처리해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기만 술책에 불과하다. 삼중수소는 일본이 주장하는 방식처럼 방대한 양의 물을 희석한다고 사라지는 물질이 아님을 이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일본의 방법대로라면 농도만 옅어질 뿐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그대로 바다에 배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도 세슘, 스트론튬 등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 있다. 또한 삼중수소와 같이 ALPS가 처리할 수 없어 총량이 그대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 탄소14도 포함돼 있다. 이들 물질은 다른 원소와는 달리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성분인 탄소, 수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생물에게 잘 흡수되는 성질을 지닌다. 이 물질들에 장기적으로 노출될수록 생물체 내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유전적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최신의 연구 결과이다.

그런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실제 방류량이 최대 3억톤에 달할 것이고, 방류기간은 80년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목표치를 충족하기 위해선 오염수 1L당 254L의 깨끗한 해수가 필요한데 이 해수는 모두 오염수가 되기 때문에, 실제 방류할 양은 올 3월 기준 130만톤에서 향후 총 3억톤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130만톤 오염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는 미약한 입장만 밝혔다.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 우리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온건한 입장이 아닌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계속 추진하면 국제법적으로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해양 생태계 파괴에 이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당장 어민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는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인접국과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의 최대치를 분석하고 인접국에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즉각적으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청구하고, 정식 제소하는 방안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유엔해양법협약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68개 이상의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 중인 해양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법이다. 유엔해양법은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근거로 사안의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이 조치의 이점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많은 국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최종 승소한 WTO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관한 소송에 여러 국가들이 한국의 제소에 동의하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유엔해양법의 잠정조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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