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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상어는 연골어류 악상어목에 속하는 종류의 총칭으로 250여종이 존재하지만 국내 연안에는 별상어, 가래상어, 돌목상어, 백상어, 환도상어, 톱상어, 악상어, 귀상어, 곱상어 및 청상어 등 40여종만이 서식하고 있다.

상어류는 한자어로는 보통 사어(鯊魚) 또는 사(鯊, 魦)가 쓰였고, ‘영종대왕실록청의궤(英宗大王實錄廳儀軌)’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에는 사어(沙魚)나 교어(鮫魚)도 쓰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는 사어가 마흔다섯 고을의 토산물이라고 쓰고 있으며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오늘날의 곱상어인 사(膏鯊:속명 其廩鯊), 오늘날의 별상어인 진사(眞鯊:속명 參鯊) 등 총 열다섯 종류의 상어를 소개하고 있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보면 “사(魦)는 ‘옥편(玉篇)’에 ‘교어(鮫魚)이다’라 했고, ‘집운’에 ‘사(鯊)와 같다. 모래를 부는 작은 물고기이다’라 했고, ‘통아(通雅)’에는 ‘교(鮫)는 바다 사어(鯊魚)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라 했고 ‘산해경’에는 ‘교어의 가죽으로는 칼을 장식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칼의 손잡이 부분에 뿔(角)로 꾸민 것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나온다.

맛있고 귀하기로는 귀상어가 최고다. 이를 ‘양지’라고도 부르는데 제사상에 오르는 고기 중에서는 제일로 여겨진다. 참상어는 감칠맛이 좋고, ‘모노’라고 부르고 청상아리는 살이 부드럽다.

돔배기의 어원은 ‘토막토막 베어 먹는다’라고 해서 ‘돔배기’ 또는 ‘돔베기’라고 한다. 경상도 사투리로 ‘돔바리’라고 하는데 토막을 낸 상어고기에 소금 간을 한 것을 말한다. 길게는 2~3개월 이상 숙성시켜가며 먹기 때문에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독특한 풍미가 있고, 살은 쫄깃쫄깃하다. 몸통은 용도에 맞춰서 길이를 어림해가며 재단한다. 일단은 제사상에 올리는 산적거리를 만드는 용도가 제일 많으니 그걸 감안해서 통째로 몸통을 재단하는 것이다. 등뼈가 워낙 단단하므로 감안해서 척추뼈 사이에 칼집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돔배기 산적은 모양에 따라 ‘바대산적’과 ‘써래산적’으로 달리 부른다. 아이 손바닥 크기부터 어른 손바닥 크기까지 형편껏 썰어 낸 돔배기를 세 개에서 다섯 개씩 꼬챙이에 나란히 끼운 ‘바대산적’은 일반적인 제사상에 올린다. 그러나 조상의 묘를 찾아가 지내는 묘제에서는 폭 5㎝, 길이 25㎝ 정도로 길게 썬 돔배기를 각각 하나씩 꼬챙이에 꿴 ‘써래산적’을 올린다. 묘제를 모시러 가면 문중의 조상들 묘에 차례대로 제를 올리는데 맨 윗대부터 아랫대까지 써래산적의 개수를 달리해서 올리는 것이 법도라고 한다. 윗대에 올리는 산적의 개수가 더 많음은 물론이다. 윗대에 210개 꽂이를 올리면 그다음 대에는 150개 꽂이, 마지막에는 90개 꽂이를 올리는 것이다.

상어 살은 다른 생선에 비해 잘 부서지지 않으며 예민한 사람은 약간 아린 맛을 감지하기도 한다. 숙성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어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몸통은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꼬챙이에 꿰어 산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다. 머리와 껍질, 대창은 썰어서 데쳐 무쳐 먹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무를 나붓나붓 썰어서 넣거나 비쳐 썰어서 넣고 끓이는 탕은 고기에 간이 돼 있으니 따로 간은 하지 않으며 맑게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식성에 따라 고춧가루를 좀 넣어 끓이기도 한다. 산적거리로 쓰기 애매한 뱃살은 삶아서 수육을 만들거나 얇게 떠서 전을 부쳐 먹는다. 뼈는 탕을 끓일 때 쓰고, 머리와 대창, 껍질은 따로 ‘두치’라고 부르는데 손질해서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갖은 채소들을 넣어 무쳐먹는 데 애경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머리는 껍질을 벗기고 손질한 다음 한입 크기로 썰어서 데친다. 마치 사포처럼 까끌까끌한 몸통 껍질 역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수세미로 문질러 손질한다. 예전에는 짚을 뭉쳐서 썼는데 힘이 드는 일이라 머슴들이 주로 했다고 한다. 커다란 솥에 물을 붓고 된장, 식초 등을 넣어 펄펄 끓이다가 머리와 대창을 넣어 삶는데 된장이 잡내와 비린 맛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끓어오르면 2~3분 두었다가 찬물에 2~3번 헹궈서 식혀 쓴다.

상어고기는 배탈이 잘 안 난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름 잔치에 꼭 상어고기를 썼다. 옛날에는 항아리 뚜껑에 초장 그릇을 가운데 놓고 삶아서 썬 상어 수육을 수북이 담아 놔 뼈째 삶은 상어 수육을 족발처럼 들고 뜯어가며 먹었다. 접시에 담아내지 않고 수북이 쌓아놓으면 애고 어른이고 눈치 안보고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일부러 그렇게들 먹도록 했다. 상어 배를 갈라서 미쳐 소화되지 않은 고기라도 나오면 한 양동이 가져다가 소금 간해서 구워먹기도 했다. 

한편 얇게 썰어서 뚝배기에 담고 뜨물을 부어서 가마솥에 밥할 때 찌면 밥반찬으로 참 좋다. 끓여먹고 남은 상어 뼈는 마디만큼 잘라서 말려 장난감으로 썼는데 장기 말로도 쓰고 윷놀이 말로도 썼다. 어려서 산적 먹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타지에 나가 살더라도 명절에 고향을 찾으면 일부러 사갔다고 한다. 소금 간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쪄서 먹는데 식으면 더 맛있어 식어도 데워먹지 않는다. 

돔배기를 제수로 쓰는 것은 같지만 지역에 따라 입맛이 조금씩 다르다 경주 사람들이 먹는 상어 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감포나 양남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경주 시내로 바로 들여와 손질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안동이나 영천 사람들은 쿰쿰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세하게나마 냄새가 밴 고기를 먹는다, 내륙 쪽에 있으므로 소금을 뿌려서 짜게 절였지만 운반하는 동안 발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경상북도라도 지역에 따라 먹는 취향이 조금씩은 다르다. 해안을 끼고 있는 울진, 영덕, 포항, 경주 사람들과 안동, 의성, 청송, 영천, 경산 등 내륙 쪽 사람들 입맛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 봉화나 영양, 영주, 예천, 문경 등은 돔배기를 올리지 않는다.

전라도에서도 까치상어(보통 죽상어라고 부른다)를 토막 내 구워서 제수용품으로 쓰는데 사실상 경상도 돔배기랑 똑같다. 제사상에 올라갈 때는 구워서 돔배기처럼 올라가지만, 회쳐먹는 경우도 있고 과메기마냥 말려 먹는 경우도 있으며 말린 것이 일부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올라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도 명절날 자주 나온다. 제주도의 경우 돔배기처럼 숙성시키지 않은 상어고기로 산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맛은 짭짤하고 육질이 생선과 고기의 중간쯤 되는데, 어른들은 좋아하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맛은 아니다. 사실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돔배기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어떠한 관계도 없는 돔베고기가 유명하다.

한의학에서는 상어를 ‘교어(鮫魚)’라고 해서 오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고, 특히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서 피부 질환이나 눈병에 많이 이용됐다. 우리 몸의 오지(五志) 가운데 혼(魂)이 저장되는 간(肝)이며, 백(魄)이 머무는 곳간이 폐(肺)이고 보면, 돔배기가 간과 폐를 돕는 효능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태음인(太陰人) 기질이 강해 폐의 기능이 허약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돔배기는 좋은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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