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매우 강’ 단계 상황
5일부터 제주도 강한 바람 예상
부산 시민 “대책 세웠나 불안해”
“언론 보니 더 조급한 생각 들어”
“인명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라”
박형준 부산 시장 “총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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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목포=전대웅 기자] 4일 태풍 ‘힌남노’ 북상 소식에 목포 선창 부둣가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천지일보 2022.09.04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매번 태풍이 올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게 정말 싫습니다. 이번 태풍은 매미보다 더 무섭다는데 시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 중인 가운데 4일 부산 해운대 우동에 사는 김영선(40대, 여)씨가 이같이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에도 태풍 ‘오마이스’로 인해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큰 피해를 봤다. 저지대가 많은 부산시 일대는 밤사이 도로 곳곳에 흙탕물이 범람했고 거센 비바람과 쏟아지는 장대비에 침수와 교통마비가 이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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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해 8월 24일 오전 토사가 범람한 동래구 세병교 아래 도로를 구청 관계자들이 부지런히 복구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8.24

부산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에 사는 박종철(가명, 60대)씨는 “지난해 오마이스로 도로에 빗물이 차올랐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사상은 지대가 낮아 물난리가 연례행사처럼 돼버렸다. 이사 가려고 수십 번 마음먹었는데도 잘 안 되고, 제발 이번엔 무사히 넘어가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지난해 산사태 경보 등 도로파손이나 차량 침수가 잇따랐던 부산 동구의 상황도 살펴봤다. 초량동에 사는 이선옥(60대, 여)씨는 “2년 전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며 “차량 통제만 제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그렇게 난리가 나도 현장에 공무원 한 사람 안 나와봤다는 게 더 기가 막힌다”며 구청의 안일한 행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조그만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태풍 ‘힌남노’ 내습에 경각심을 가지고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총력에 나서겠다”며 “시민 여러분도 태풍 대비 행동 요령을 사전에 숙지하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역대급’ 태풍이라는 소식에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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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지난달 폭우로 피해를 본 가정 모습. 집 안까지 물이 차 있다. (독자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지영(46, 여)씨는 “세상이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 세계적으로 홍수에 가뭄, 큰 산불까지 나면서 온 지구촌이 들썩거리고 있다. 무슨 재앙을 맞은 것 같아 두렵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도 그동안 겪지 못한 피해가 따를 것이라고 하니 더 조급한 생각이 든다”며 “송도는 특히 바닷가라 바람이 거셀 거라는 생각에 가게 문도 닫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많은 비로 피해를 본 충북 청주시. 청주시 수곡동에 사는 남수진(30, 여)씨는 “우산을 써도 쓰나 마나”라며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신봉동에 사는 박민정(26, 여)씨는 “자취하는데 밤에 잘 때 태풍으로 창문이 깨질까 봐 걱정된다”며 “피해가 또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청원구에 사는 김동민(가명)씨는 “부모님이 창문에 테이프 붙이라고 어디 나가지 말고 태풍에 대비하라고 전화하셨다”며 “얼마 전에도 물난리가 났었는데 뉴스를 계속 주시해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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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4일 태풍에 대비해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천지일보 2022.09.04

지난달 수해 피해로 복구 작업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못한 수도권 지역. 김동희 전통무예 대표(50대, 경기 광주시)는 “남한산성에 물난리가 났었는데 성벽이 무너지고 피해가 말이 아니었다”며 “이번 태풍은 말 그대로 전쟁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강민권(37, 칠괴동)씨는 “지난번 폭우에 난리였는데 엄청나게 센 태풍이 온다고 하니 초조하고 불안하다”며 “SNS에 풍속 40㎧ 태풍 영상을 봤는데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힌남노는 60㎧ 예상된다니 출근해도 되는지 무섭다.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흥선동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김홍숙(가명)씨는 “8월에 폭우로 간판이 떨어져 나가 새로 달았는데 또다시 태풍이 온다고 하니 또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곡동에 사는 한숙현(가명, 70대)씨는 “지난번 폭우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쏟아져 지붕에서 물이 샜다”며 “겨우 보수했는데”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한편 전남도와 광주광역시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예방대책 행정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 천변 주변 상인들은 해마다 태풍으로 인해 광주천 수위가 불어나 진열된 물건들을 안으로 들이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전남 담양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추석이 코 앞인데 태풍이 온다니 농사를 다 망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미정, 김서정, 노희주, 류지민, 윤선영, 이미애, 이진희, 홍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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