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민심은 매우 차갑다. 겉으로는 민생이나 협치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개고기’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매몰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을 앞두고 명절 연휴를 겨냥한 정치공세까지 더해지고 있다. 정치공세의 관심은 단연 검찰과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이번 추석민심은 ‘사법 리스크’에 초점이 맞춰질 듯하다. 물가를 비롯한 ‘3고 현상’에 더해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면서 민생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정치의 복원’은커녕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돼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직 당 대표가 자신이 속한 당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그것도 두 차례나 잇달아 하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러한 사태는 추석 민심에 적잖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누가 이겨도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다름 아니다. 법적으로 이겼다고 해서 정치적으로도 이긴 것은 아니다. 이런 논란 자체부터 민심은 멀어질 것이다. 켜켜이 쌓여있는 민생 현안을 뒤로 하고 ‘당권 다툼’에 혈안이 된 사람들, 그들이 집권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국민은 그저 난감할 따름이다.

검찰이 지난 1일 이른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고발당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다. 소환 날짜도 오는 6일, 추석 연휴 직전이다. 선거범죄 시효로 인해 불가피했다지만, 추석 민심을 겨냥한 ‘정치보복성 소환’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다. 그리고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야당의 반발은 물론, 산적한 민생 현안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렇게 적극 나서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이후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번 정기국회도 결국 여야 간의 거친 공방전으로 이어질 것 같다. ‘퍼펙트스톰’에 버금가는 큰 경제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귀를 닫았는지 마냥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따른 민생의 고통을 생각하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이에 대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아예 ‘전쟁’을 선포했다. 이 또한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지만 이후 몰아칠 대여 공세는 솔직히 걱정부터 앞선다. 다시 우리 사회의 여론을 ‘정치적 내전상태’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실종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검찰과 법원, 결국 ‘정치의 사법화’는 추석 연휴의 민심마저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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