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에
인기 식은 전세… 매물 쌓여
월세수요 늘어 임대차 비중↑
깡통전세도 선호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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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천지일보 2022.08.3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치솟는 물가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부담이 나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탈(脫) 전세’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과거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저금리 때 집주인들(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한 결과로 전세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고금리 여파로 세입자들(임차인)이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저금리로 풀어버린 대규모의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을 키웠고,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국제적인 금리인상 기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고 매매가격은 물론 전셋값도 완만히 하락하고 있지만 치솟은 이자부담에 세입자들마저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또 전세와 관련된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큰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향후 전세가 어떻게 될지 짚어봤다.

◆매물 쌓여간다… ‘전세대란’도 옛말

주거 관련된 한국인들의 주요 관심사는 통상 ‘전세대란’이었다. 전세물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주거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데 비해 수요가 없어 세입자를 기다리는 빈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3만 4173건이다. 8월 들어서만 2215건(6.9%) 증가했다. 1년 전인 2021년 8월 25일(2만 1511건)과 비교하면 58.8%(1만 2662건) 급증한 수준이다. 최근 2년간 서울 전세시장에서 아파트 전세매물이 3만 5000건 이상 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2년차를 맞아 전세물량이 부족한 전세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집주인들이 임대차법에 막혀 올리지 못한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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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8.30

◆코로나 여파로 세계는 역대급 ‘인플레’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재난지원금 등으로 막대한 양의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했고, 실물경기는 침체되는 가운데 자산시장에만 자금이 몰렸다. 이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 아파트값은 2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후 2년이 흘러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 산업 전반의 수요가 다시 증가했지만, 지구가열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 사태 및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미국의 6월 물가상승률은 9.1%를 기록하며 40여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국내 물가상승률도 5.2%로 24년만에 정점을 찍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지난 2020년 0%대였던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서 2.50%가 됐다. 지난달 ‘빅스텝(0.50%p↑)’에 이어 사상 첫 4연속 금리 인상 결정이다.

◆고금리에 전세대출 금리 6% ‘눈앞’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이자가 늘었고,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매매시장이 침체되는 한편 이자 부담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3.9∼5.8% 수준이다. 지난해(2~3%대)의 약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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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8.30

특히 치솟은 이자 부담에 월세를 찾는 수요도 늘어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p나 늘어난 수치다. 또 상반기 기준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전세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매매시장이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부분도 월세를 찾는 요인 중 하나다. 깡통전세랑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와 같거나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세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올해 상반기(1∼6월)기준 3407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장점 확실, 소멸 없을 것… 반전세 늘수도”

한편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해 ‘전세도 결국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 주택임대차 시장에선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고,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와 매물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새 임대차법 이후 월세 거래량이 4만 8000여건에서 지난해 7만 5000여건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2만 1189건으로 지난해 1분기(1만 6456건)보다 28.7% 늘어났다. 1분기 월세 거래량이 2만건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의 장점이 확실해 수요가 계속되는 만큼 외국의 경우처럼 전세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고, 관리비를 올리거나 전세에 월 임대료를 받는 반전세 형태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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