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몇 언론이 김정일 역시 카다피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다수 대북 전문가와 중동전문가는 섣불리 김정일의 몰락을 점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과 리비아, 김정일과 카다피는 독재제도와 독재기구의 체계화, 독재의 응용 능력 면에서 차이가 많다”면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선 “김정일의 후계안착과 비교할 경우, 유일지도체제 수립은 아직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26일 진행된 일문일답

-카다피처럼 김정일이 무너질 가능성은 있는가?

북한과 리비아, 김정일과 카다피는 독재제도와 독재기구의 체계화, 독재의 응용 능력 면에서 차이가 많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 말부터 김일성 유일사상체계확립, 주체사상 영도론,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끊임없는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세뇌화 등으로 독재의 ‘창조성’과 ‘과학성’ ‘지속성’을 구축했다. 중동의 어설픈 독재자들이 따라오기 어렵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군사력이다. 군사력의 정점에 핵무기가 있다. 김정일은 카디피가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중동 전문가들도 재스민 혁명을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듯이 김정일의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모든 문제는 내부에서 비롯되는데, 북한이 체제변화로 갈 수 있는 필연적 요인들은 많이 누적되어 있다. 이 필연적 요인들이 우연적 요인과 결부되면서 체제 변화로 갈 수 있다. 앞으로 향후 김정일 사망과 5년 정도가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김정은의 세습 구도가 안착했다고 보는지

지난해 3대 세습을 공식화한 이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가는듯한 모습이다.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권력 재편이 있었는데, 현존 체제에 이상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의 세습 구도가 안착했다는 뜻이 아니라, 김정일이 체제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김정일 후계체제 안착 과정을 돌이켜보면, 청산과 수립을 통한 유일지도체제 형성이 핵심이었는데, 지금 인적 청산, 각종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청산을 통해 김정은으로 가는 유일지도체제를 수립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김정은의 후계체제는 장성택, 최용해, 이영호가 중심이 돼 보위하고 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가족이고, 최용해는 김정일의 후계체제를 도운 김국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 제6차 당대회 시기의 김정일의 후계안착과 비교할 경우, 김정은의 유일지도체제 수립은 아직 멀어 보인다.

-미·중 G2시대의 국제정세를 진단하자면?

과거 미소(美蘇)관계와 지금의 미중(美中)관계는 차이가 있다. 과거 미소 간 본원적 대립은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였다. 이로부터 정치, 군사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지금의 미중관계에서 이데올로기 갈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면에 중국적 민족주의 ‘중화주의’가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협력과 동반, 대립과 갈등을 포괄하는 관계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가게 될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보면 미국이 내리막길을 걷고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세계의 패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인식을 조정하는 문제가 중요한데, 우리는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삼아 철저히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한국이 한반도의 능동적 역할을 주도해가야 한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북한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서 능동적 역할을 확고히 한다면,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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