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대상자 52만 3900명
실제 지원은 27만명 ‘절반’
기초수급 등 안정지원 2.9%
소재불명·연락두절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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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발생한 ‘수원 세 모녀’ 비극과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연락이 닿지 않은 이들이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7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3차 조사에서 찾은 고위험군 20만 5748명 중 1177명은 주민등록 주소지에 살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이들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대상으로 분류했다.

복지부는 단전·단수·단가스·건보료 체납 등 34개 정보를 토대로 고위험군을 찾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이 기준에 의해 복지부의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52만 3900명으로 실제 지원까지 이어진 경우는 27만 1102명(51.8%)에 그쳤다. ‘위험가구’로 선정되더라도 2명 중 1명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기초생활 보장제도나 차상위 지원 등 취약계층이 빈곤에서 벗어나기까지 안정적인 복지혜택을 지원받은 경우는 10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기초생활보장이나 차상위 지원 등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은 사례는 전체의 2.9% 수준이었으며, 정부의 긴급복지 지원(1.2%)이나 복지 바우처(9.4%) 등 단기·일시지원만 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앞서 21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경우도 주소지가 화성시로 돼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조차 못했다.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이다. 이후 건보료 체납 정보를 통해 화성시 관계자가 주소지를 찾았으나 실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난소암과 희귀병 등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실제 연락이 끊어진 위기 가구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이보다 더욱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처럼 위험에 처해 있지만 주소지-거주지 불일치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이 많은 만큼, 복지 분야 안팎에서는 ‘세모녀’ 비극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안정적인 지원방안 강구해야”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는 현행 법령상 아동·치매노인·정신장애인 실종에만 한정된 개인 위치추적을 위기가구에까지 허용하는 법률 개정 등을 포함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또 주거지 미상인 위기 가구에 대해 경찰청이 실종자·가출자를 찾을 때처럼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사회복지시스템상 과거 2년간 연체 금액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였던 부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장 내달부터는 현재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상 34종인 고위험군 위기 정보를 39종으로 확대하고 현장조사도 개선할 계획이다. 추가될 위기 정보 5종에는 ▲중증질환 신정 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신청 여부 ▲주민등록 세대원 정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같은 연락두절 위기 가구에 대해 경찰로부터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은 법적 근거가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를 찾는 위치·통신기록 확인은 미성년자나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자발적인 잠적의 경우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복지 사각지대 관리 강화를 위한 복지 공무원 인력·업무 과중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공적 감시망뿐 아니라 민간의 도움을 결합하고 복지혜택 신청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성 의원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실적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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