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이 신성시하는 무등산
광주 무등산에서만 재배돼
성인병 및 당뇨 예방에 효과
“특유의 감칠맛 자꾸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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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마을에서 농민들이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제공: 광주시 북구청) ⓒ천지일보 2022.08.22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진한 초록색 껍질에 까만 줄무늬가 거의 없어 일명 ‘푸랭이’로 불리는 무등산 수박은 오직 광주광역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품이다.

햇빛, 온도, 일조시간 등 까다로운 경작조건 때문에 오로지 광주 북구 금곡마을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며 한 줄기에 하나의 무등비과(전남 광주 무등산 특산품) 밖에 생산되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희귀성을 자랑한다. 

호남인들이 신성시하는 무등산에서 생산되며 예로부터 크기나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과일 중에 으뜸으로 손꼽혀 조선시대 광주지역에서 임금에게 올리던 유일한 진상품이었다. 

일반 수박보다 2~3배 크며 8월 중순 이후부터 10월까지 수확한다. 성인병과 당뇨 예방에 효과가 있고 해독작용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명품 수박으로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약’으로 먹는 무등산 수박

풍부한 과즙과 아삭한 식감으로 무더위를 식혀주는 수박은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그중에서도 무등산 수박은 은은한 향과 독특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지금까지 귀한 과실로 알려졌다.

무등산 수박은 진초록의 열매껍질 색에 무늬가 없다. 과육은 연한 분홍색의 속살을 띄고 있어 자칫 덜 익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느낌은 시각적인 오해일 뿐이다. 10~30㎏의 대형 과일인 무등산 수박은 껍질은 두껍고 탄력성이 강하며 성숙과정에서 과육이 1~2㎝ 정도 틈이 형성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재배방식에 따라 자연적인 맛을 함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등산 수박은 일반 수박과 달리 속 단면이 예쁘지 않다. 박처럼 생겼고 당도 또한 일반 수박보다 떨어진다”며 “역사성과 희귀성 때문에 재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수박답게 가격은 ‘억’ 소리 나게 비싸다. 일반 수박과 비교해 몇 배나 비싼 가격 탓에 특별한 날 선물하거나, 가족들끼리 이벤트성으로 먹곤 한다. 광주 토박이지만 무등산 수박 이름만 듣고 먹어보지 못한 시민도 꽤 많았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친척들과 함께 먹은 적이 있었다”며 “가격 때문에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 따르면 올해 제품 가격은 무게별로 8㎏ 3만원, 14㎏ 9만원, 16㎏ 11만원, 18㎏ 14만원, 24㎏ 26만원 선이다.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9개 농가 2.6㏊ 면적에서 2500여통 수확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동직판장의 선별출하, 품질인증, 상품 리콜제 등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명품 수박의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무등산수박육성사업을 위해 광주시와 자치구가 각 117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등산 수박의 가격이 대중적이지 않아 광주시와 자치구에서 지원해 재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등산 수박지기 농부 일동은 “무등산 수박은 전통적으로 귀하게 여겨 왔던 만큼 조상의 과학적 지혜로움이 담겨 있는 소중한 남도의 전통식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전남대학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등산 수박은 항산화 기능 성분인 리코펜(Lycopene, 55㎎/㎏ 이상)과 이뇨 작용을 돕는 시트룰린(Citrulline, 2200㎎/㎏ 이상)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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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마을에서 한 농민이 무등산 수박을 나르고 있다. (제공: 광주시 북구청) ⓒ천지일보 2022.08.22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

무등산 수박의 재배 시기는 약 350년 전으로 추정된다. 1230~1240년경 고려인 홍다구가 몽골에서 종자를 가져와 개성지방에서 재배하다 무등산으로 옮겨 재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산 중턱의 안개와 이슬을 머금으면서 낙엽으로 형성된 비옥한 토질 속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특유의 향기와 맛이 별미다. 일반 수박보다 당도는 떨어지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어 먹을수록 계속 생각난다’는 무등산 수박은 무등산 이외의 지역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무등산 내에서도 경작조건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하늘에 별따기’라고 할 정도다.

광주시에 따르면 무등산 수박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평지가 아닌 해발 300m 이상의 무등산 기슭의 경토가 깊고 통기성이 좋은 사질양토의 경사지를 선택한 후 지름 1m, 깊이 1.2m 이상을 파야 한다. 이때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완숙한 퇴비나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해야 한다.

광주시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관계자는 “강한 광선, 높은 온도, 긴 일조시간이라는 천혜의 조건 속에서 자란 무등산 수박은 특히 청록빛깔에 줄무늬가 없고 씨는 머리 부분의 눈만 검어 다른 수박과는 구별된다”면서 “무등산 운림골(금곡마을)에서 재배되며 옛날 임금에게 진상되던 수박으로 일명 ‘푸랭이 수박’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열매를 맺는 시기가 다가오면 출하 기원제를 지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최하지 않았지만, 농민이나 가족들은 결실기가 가까워지면 상가를 멀리하는 것은 물론 목욕재계하고 제단을 만들어 산신에게 제사를 지낼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미향 광주의 특별한 맛을 보고 싶다면, 희귀한 명물 무등산 수박(푸랭이 수박)을 한입 가득 베어 물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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