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연습이 22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행된다. 최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경제협력 방안을 담은 ‘담대한 구상’ 속에서도 군사력 강화는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발표 후 북한은 조롱과 원색적 비난으로 답했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남한 대통령의 제안에 김여정 부부장이 조목조목 반박한 것과 사흘 만에 신속 반응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대한 구상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북한식 관심의 표현이라면 머지않아 북한은 담대한 구상에 대한 내부 분석을 마치고 명분을 들고 남북정상회담 테이블로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월드 쇼로 마무리 되지 않으려면 ‘비핵화’에 대한 개념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진솔하게 따져봐야 한다.

태영호 의원은 2018년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을 더 개발하거나 쓰지 못하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구축, 지속하는 것이 낫다는 ‘핵 있는 평화 체제’를 제안했다. 핵 없는 비핵화는 비현실적 목표이고, 이를 전제로한 남북 평화논의는 솔직하지 못하고 현실성도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해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단박에 비핵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당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남북미 비핵화 논의는 애초에 비핵화 생각이 없던 북한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월드 쇼로 마무리 됐다.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태 의원의 분석이 맞았던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모두가 바라는 바지만, 핵 외에 내세울 것 없는 북한에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완전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진솔한 비핵화 논의도 진전도 어렵다. 북한의 특성을 간파한 태 의원의 말처럼 역설적이지만 ‘핵 있는 평화체제’가 현실적일 수도 있다. 전 세계인에게 ‘깜짝 쇼’만 보여주고 끝난 문재인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남북한은 이제라도 비핵화 개념정리부터 진솔하게 해야 한다. 남북한이 지킬 수 있고 측정 가능한 비핵화 단계와 개념을 정리하면서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기술력이 융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간다면 한반도 평화는 더 빨리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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