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통해 거부 입장
“비핵·개방·3000 복사판 불과”
“尹인간 자체가 싫어” 원색 비난
“‘국체’ 핵, 南과 협상 대상 아냐”
“한미 공조라며 쏜 지점 못 밝혀”
軍, ‘온천일대서 발사’ 판단 유지
대통령실 “매우 유감… 자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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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오후 김 부부장의 연설 전문을 육성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8.1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지 나흘만에 막말로 응수하고 나섰다. 비핵화 문제는 윤 정부와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군의 미사일 탐지 능력도 폄훼했는데, 대통령실 등은 즉각 북한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尹담대한 구상 “절대 상대안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겠다”라거나 새로운 것이 아닌 ‘핵을 버리고 개방하면 국민소득 3천 달러를 보장한다’는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기까지 했다.

이날 담화에선 특히 윤 대통령을 직함도 없이 직접 부르며 반복해서 원색적인 말을 쏟아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적대감을 표하는가 하면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북한이 얼만큼 남측의 돌아가는 형편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그러면서도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한미 연합연습)을 강행한다”면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언급했다. ‘관심갖지 말자’면서 가장 의식하는 태도다.

이는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연합연습을 한미가 확대 실시하면서 담대한 제안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기만전술로밖에 볼 수 없으니 그에 앞서 ‘연합연습이나 먼저 중단하라’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내주 본격 시작되는 연합연습을 빌미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아울러 핵무기는 북한의 국체, 즉 근본이라면서 경제 협력이나 남북 대화를 통해 교섭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표명하라는 윤 정부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주장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핵 문제는 남북 간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개발 명분으로 삼았던 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면 체제보장 측면에서 남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남북문제가 되면 파이가 줄어들 수 있음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순항미사일 온천 아닌 안주서 발사”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17일 순항미사일을 쏜 곳이 우리 군이 공개한 평안남도 온천 일대가 아니라 90㎞ 가량 떨어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다며 군의 탐지능력까지 깎아내렸다.

이어 “늘상 한미 사이의 긴밀한 공조 하에 추적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라며 “어째서 발사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체계의 제원은 어째서 공개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사일의) 제원과 비행자리길이(비행거리) 등이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럽겠다”며 “이제 저들 국민 앞에 어떻게 변명해나갈지 정말 기대할만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군 당국은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은 이날도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동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미가 과학적 정보감시 능력을 토대로 포착한 내용을 분석한 것인 만큼 ‘온천 일대에서 발사됐다’는 원래 평가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 간 정보자산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에 반박하고자 분석 내용을 추가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자산 노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의 구체적인 제원 역시 밝히지 않았는데, 순항미사일 특성상 최고 속도 등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속도·고도·비행거리 등 제원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탄도미사일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담화는 통신뿐 아니라 북한 전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서도 전파됐다. 이를 미뤄볼 때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높이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신속히 입장문을 내고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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