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김진표 “韓수학, 선진국 자긍심 높여”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9일 한국계 최초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 등과 국회에서 오찬을 하고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한국이 수학 분야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을 확인했다”며“우리 국민과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도전과 자긍심을 높여준 좋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교육이 항상 국민의 걱정을 받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단기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며 “기초학문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교육은) 자꾸 빈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보니 마지막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 엄청 고생하더라”며 “자신이 쓴 논문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때 그 약한 기초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허 교수는 “요즘 미국 사람들도 수학 학력이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기초과학 교육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조차도 자본주의적 가치가 득세하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IT기업에 다 빼앗기는 상황이라 미국인으로서 기초학문을 이뤄내는 데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전 세계의 수재들이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문화적·학술적인 구심점을 계속 유지해 준다는 게 미국의 큰 강점”이라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찾아와 생활하며 자기 커리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열린사회’ 또는 ‘살고 싶은 매력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일을 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언어가 수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수학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문맹이 되는 것에 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수학적 교양이 충분히 높아져 모든 사람이 정확하고 깔끔하며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초적 학문이 잘 돼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장은 “우리 사회가 대외이민에 대해 굉장히 폐쇄적”이라며 “한국이 선도국가를 지향한다면 이민정책은 풀어야 된다”고 화답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장은 “올해 한국 수학계에 2개의 경사가 있었는데, 하나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고 또 하나는 한국 수학이 국제수학연맹 국가등급에서 최고등급으로 오른 것”이라며 “이제 한국 수학이 선진국과 1대 1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만큼 조만간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은 “한국 수학계의 역량이 무르익었으므로 노벨과학상 수상 등 영광의 기회가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시종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의대 지망생을 제외하면 수학과가 전국의 대학입학 성적에서 탑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인재들이 수학과에 몰려들고 있지만, 이들을 담을 수 있는 변변한 연구소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수학계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학자로서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좋은 연구소가 좀 더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앞으로 수학교육과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학처럼 본인이 흥미 있는 과목을 신청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2025년)이고, 두 번째는 입시 위주의 수학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대입제도 전면 개편(2028년)”이라고 소개했다.
김 의장은 “보편성과 수월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가장 힘든 교육의 과제”라며 “상위권 30%와 하위권 30%, 중위권 40%가 있다면 상위권 30%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해결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서 장을 만들어주고 입시제도 또한 거기에 맞춰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정오 국회 사랑채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 등 수학계 인사 4명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과 교육위 여야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자리했다. 수학자 출신인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함께했다.
필즈상은 매년 수상자가 선정되는 노벨상과 달리 4년을 주기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시상식이 개최된다. 수학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해 이미 이루어진 업적과 더불어 장래의 성과를 독려한다. 수상자는 1936년부터 올해까지 총 64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