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윤정 기자]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은 여느 시장과 달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등 볼거리가 매우 풍부한 편이다. 시장이라는 틀 안에 예술적 요소가 가미됐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언제부터 예술이 가미된 곳으로 변화한 걸까. 이는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구청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문전성시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것이다.

방천시장은 지난 60여 년간 칠성시장,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러나 인근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한 때 방천시장은 상가가 1000여 개에 달하며 찾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현재 상가는 달랑 50여 곳뿐이다.

이같이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광부와 중구청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을 불러와 시장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대구 대봉동이 고향이었다는 고(故) 김광석을 콘텐츠로 활용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시장을 예술의 거리로 만드는 데 동참했다는 이우열 대구과학대 보석 쥬얼리과 교수는 “2년 전 예술을 전공하는 40여 명의 예술가와 함께 이곳을 꾸미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칙칙한 암흑 지대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시장 골목은 2년 전만 해도 각종 쓰레기를 더미를 쌓아 놓는 지저분한 곳이었다. 이곳을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다.

만화가 천명기 (40, 남) 씨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 이곳은 흔히 볼 수 있는 노점상 하나 없었다”며 “‘돈 세다 잠들던 상인이 손님을 호객했다는 그 곳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곳을 젊은 작가들이 매서운 추위를 견뎌가며 바꿔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요즘엔 10~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시장을 찾고 있다고 예술가들은 입을 모았다.

천 씨는 “시장이 이제 조금 살아나기 시작했으니 여기서 그치지 말고, 관계기관과 예술가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문정성시 사업이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광석 테마거리에 가보니

▲ 故 김광석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천지일보(뉴스천지)

방천시장에 가서 꼭 둘러봐야 할 곳은 시장 옆 외진 골목에 예술을 입힌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이 길엔 김광석 씨의 사진과 그림이 예술적으로 배치돼 있어 1980년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골목을 먼저 들어서면 노란색 배경 안에 ‘청춘 그 빛나는···’이라는 문구와 함께 故 김광석 씨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 김광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김광석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만화 ‘조이툰’ 그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주제로 만든 나무 우체통 등 정서를 자극하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옥신각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안에서도 ‘예술의 세계’는 펼쳐진다. 시장 입구에는 故 김광석 씨의 노래가 아련히 흘러나오며 시장 곳곳은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과 작품들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또한 예술가들의 갤러리전 ‘아트 스페이스’와 ‘어린이작품전시회’ 등이 마련돼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특히 토·일요일을 중심으로 만화 애니 체험교실, 금속공예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29일 방천시장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가 열린다. 신청자가 직접 부른 음원 파일 또는 동영상 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이 가운데 12팀이 선발돼 이날 본선을 치르게 된다.

김종호 중구청 주무관은 “이 대회가 진행될 때마다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며 “시장 어귀에서 故 김광석 씨의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모든 것들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시장 곳곳에 예술 감각 물씬… 평일엔 썰렁”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방천시장을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은 “시장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친구들과 인터넷 기사를 보고 왔다는 강가형(31, 여, 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김광석 테마 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며 “시장 곳곳에서 예술적인 감각이 느껴진다”고 즐거워했다.

김현아(24, 여, 경북 경산시 하양읍) 씨도 “시장이 온통 예술의 거리”라며 “특히 김광석을 콘텐츠로 꾸민 것이 매우 낭만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故) 김광석 씨를 테마로 만든 길은 30~40대에게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故 김광식 씨 노래를 좋아한다는 고정백(37, 남, 대구 달서구 성당동) 씨는 “이런 작은 시장에서 김광석의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딸에게도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데리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진숙(44, 여, 대구 동구 신천동) 씨도 “김광석 노래를 들으니 젊은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며 “순수하고 열정 가득했던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 씨는 “방천시장이 이렇게 바뀐 지 얼마 안 됐을 땐 사람이 제법 많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일에 와서 그런지 지금은 썰렁하다”고 전했다.

박숙자(65, 여, 대구 중구 대봉동) 씨도 “예전보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다”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것들이 점점 흐지부지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시장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계속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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