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 절차’ 신설키로
혁신·시장경쟁 촉진에 무게
특수관계인·계열사 편입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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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2022.08.10.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앞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기업의 입장이 반영돼 기업의 방어권이 강화된다. 또 대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도 완화되는 등 제도가 개선된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위 업무보고를 했다.

우선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피조사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알려주고, 이후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때 기업의 이견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제도의 방식과 내용은 내·외부 의견을 받아 연말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곧 위원회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또 공정위는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 절차 등에 관한 규칙(사건절차규칙)’을 개정하고, 사업자가 신청하는 경우 의견 청취 절차를 2회 이상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이는 주요 사건을 심의하기 전 위원과 해당 사업자, 조사 공무원, 심의·의결을 보좌하는 공무원이 심판정에 모여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 등이 복잡한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부당 지원·사익 편취 관련 사건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기준도 조정된다. 이전까지는 지원액이 20억원 이상이거나 지원성 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앞으로는 기준 금액이 2.5배(지원액 50억원, 지원성 거래 규모 500억원)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효율성을 고려한 법 집행 기준(심사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법 위반 예방, 분쟁 조정 등 민간 자율 분쟁 해결 제도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사건 처리는 처벌보다는 빠른 피해 구제에 무게를 두고, 가맹·대리점 등의 단순 질서 위반 행위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기로 했다.

장기 사건에 대한 특별 점검도 이뤄진다. 실시간 사건현황판을 설치하고, 대형사건은 전담팀을 꾸려 처리 기한을 관리하기로 했다.

총수 친족 범위는 줄이고, 대기업 계열사 편입 규제도 완화되는 등 친기업 기조로 전환된다. 앞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기존 혈족 6촌, 인척 4촌에서 각각 4촌, 3촌으로 축소했다. 사실혼 배우자는 동일인 관련자로 명시했다. 단,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된다.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사 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전까지는 대기업집단 측에서 사외이사를 영입하면 지배 회사도 기업집단에 자동 편입돼왔다. 동일인 관련자에 임원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유예 대상도 확대된다. 현행 시행령은 대기업이 투자한 일정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편입을 7~10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이상인 중소기업은 계열 편입 유예 대상이었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비중을 3% 이상으로 낮췄다.

기업 인수합병(M&A) 심사 제도도 개편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설계했지만 앞으로는 기업이 시정 방안을 제출한 이후 협의가 이뤄지게 된다.

또한 사모펀드(PEF) 설립 및 단순 투자, 벤처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 등 경쟁 제한이 우려가 적은 M&A는 신고 면제 또는 신속 심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내부 거래 등 대기업집단의 공시 의무도 정비 대상이다. 현재 분기, 연 단위로 설계된 공시 주기는 정보의 중요성·시급성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재조정된다.

아울러 소비자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한다. 디지털 플랫폼 분야 기만행위가 집중 점검 대상이다. 여기에는 SNS 뒷광고, 거짓 후기 등 눈속임 상술(다크 패턴) 등이 포함된다.

게임 아이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등 젊은 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분야도 세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안전한 소비 환경을 조성하고자 부처별 안전 인증 정보를 상품 바코드만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외에도 셀프빨래방, 골프장, 배달앱, 오픈마켓, 항공마일리지 등 생활·여가 품목의 불공정 약관을 고치고, 표준약관도 제·개정할 계획이다. 전기차, 5세대(5G) 통신 등 신기술·서비스 관련 과장·기만 광고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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