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공급부터 대규모 금융지원까지
안전보장 빠져… 北호응 가능성 없어
대일문제, 기존 입장 재확인한 수준
‘대일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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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5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전환을 전제로 식량 공급·금융 지원과 같은 상응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밝힌 소위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킬 안전보장 방안이 없는 데다 대북 구상이란 것도 경협 위주의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책을 반복한 것에 불과해 최근 가뜩이나 강경해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담대한 구상’ 구체화… 北호응 주목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담대한 구상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윤대통령이 내놓은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별로 대북 경제협력 방안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대통령실도 이날 ‘남북공동경제발전위’ 설립을 제안하면서 ‘선 비핵화’가 아닌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동시적 이행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세부적인 내용이 담긴 이번 ‘구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명분으로 삼았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해소 차원의 조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경제 중심의 반쪽자리 로드맵이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과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업데이트한 수준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북한도 지난 7일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를 통해 “10여 년 전 남조선 각계와 세인으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흡수통일문서로 지탄받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졌던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 3000을 적당히 손질한 것”이라고 폄훼한 바 있다. 더군다나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 기조는 더욱 거세진 상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공식화

대일 메시지로는 일본을 세계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함께 맞설 ‘이웃’으로 평가하며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역설했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일관계의 조속한 복원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하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특히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이웃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을 공식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관계의 빠른 회복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담고 있다.

다만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이날 경축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한일관계 개선에 매몰된 나머지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인데, 당장 ‘대일 저자세’ ‘대일 굴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이 이전부터 협력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고 있지만 일본 측은 현금화 문제 등에 대해 한국이 먼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으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지적에 힘이 실린다. 양국 관계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일단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목전에 다가온 만큼 민관협의회를 통해 국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며 협의회에 불참한 피해자 측과의 의사소통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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