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말인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당이 주호영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 이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지 사흘만이다. 이날 이 대표는 작심한 듯 장문의 입장문을 읽어 나갔다. 25분간의 입장 발표, 기자들과의 37분간 일문일답 등 한 시간 넘게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실명의 ‘윤핵관’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사실상 이들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처럼 보였다. 때로는 그동안의 억울함과 서러움을 대변하듯 눈물도 보였다. 일부 자책과 자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이 대표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자신에 대한 성찰보다는 ‘네 탓’이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 때문에 정부와 당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심지어 그들이 당에 공헌하고 선거 승리를 이끈 자신을 무리하게 쫓아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이날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는 ‘반민주적’ ‘집단 린치’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거나 “파시스트적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강성 발언도 쏟아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XX 저XX’하는 사람이었지만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은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사실 이날 이준석 대표가 말한 내용은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벼랑 끝에 선 이 대표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이날 발언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표도 그 가해자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서 다 맞는 얘기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자신도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정치꾼 행태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혐오와 배제의 정치, 분열과 갈등의 정치 중심에서 한국정치의 수준을 깎아내린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이 하는 비판은 ‘집단 린치’요, 내가 하는 비판은 ‘다양성’이라고 한다면 그건 착각과 무지에 다름 아니다.

이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놓은 한마디가 울림이 있다. 홍 시장은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 대표를 모질게 쫓아낼 때 손 대표의 심정을 생각해 봤느냐”고 물었다. 당시 이준석 대표의 언행을 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돌고 돌아 업보로 돌아오는 게 인간사라고 했다. 너무도 예리한 지적이다. 홍 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좀 더 성숙하고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경청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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