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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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선전선동 기관들은 소재의 고갈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걸로 보이는 정황을 재차 암시하면서 ‘방역전 승리’를 김 위원장의 애민정치와 리더십의 공으로 찬양하는 데 주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1면 ‘정론’에서 “나라가 처음 겪는 위기 사태 앞에서 어느 하루 한시도 마음을 못 놓으시고 그토록 커다란 마음속 고충을 이겨내시며, 때로는 안타까움에 속태우시면서도 인민들 앞에서는 언제나 환히 웃으시며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신 총비서 동지”라고 찬양했다.

특히 “자신의 아픔과 노고는 다 묻어두시고 애오라지 사랑하는 인민을 위해 그리도 온넋을 불태우셨다”며 ‘애민정신’까지 부각했다. 신문이 언급한 김 위원장의 ‘아픔’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 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코로나19 감염 정황을 시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은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 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고 말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기밀 중에 최고기밀 사항이지만, 김정은도 일반 주민과 다름없이 코로나19에 걸렸음을 은근히 암시하면서 그에 대한 우상화를 극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무려 1만여 자의 정론은 김 위원장에 대해 “하나부터 열, 백, 천, 만 가지에 이르는 대책과 방도를 직접 내놓으며 불철주야 방역전장을 찾고 찾았다”거나 “천만 인민을 자신의 살붙이처럼 여긴다”는 등으로 구구절절 찬양했다.

“절세의 애국자” “위대한 은인” “위대한 운명의 태양” 등 온갖 미사여구를 나열했다. 절세의 애국자 등은 과거 김일성 주석에게만 사용하던 찬사용어로 보아 이제 김정은을 거의 제 할아버지 반열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은 감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방역이 아니라 이념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전 주민이 방역전을 통해 김 위원장을 믿고 따르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도록 ‘영원한 충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코로나19를 박멸했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거듭 거듭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방역전이 승리했다고 해서 해이해지면 절대로 안 된다며 “자만방심, 자체위안하면서 탕개(조임새)를 풀어놓는다면 또다시 엄중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누구나 뼈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 지침과 규율을 어기는 현상과 조직적, 행정적, 법적 투쟁을 따라세워야 한다”며 “각급 비상방역 기관들에서 방역사업에 저애를 주는 온갖 현상과 강하게 투쟁하며 전사회적인 방역기강을 더욱 철저히 세울 것”을 당부했다. 이번 코로나 방역정치는 지난 5월 12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북한의 ‘대동란’으로 선언되며 그것을 김정은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각시키면서 등장했다. 그러던 북한이 지난 11일 별안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방역 승리’를 선포했다. 지난 5월 12일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선언한 지 91일 만의 ‘기적’이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코로나가 대북 전단을 통해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대남 보복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코로나 방역 종식을 선언하면서 ‘승리’ ‘기적’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는데, 백신 접종 없이 사망자가 74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치명률이 세계 보건계의 전무후무한 매우 낮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을 위해 코로나 종식 선언을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요즘 북한은 식량사정에 외환 가격 급등까지 겹쳐 2중,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에서 이제는 최고 통치자의 코로나 확진까지 들먹이며 우상화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증거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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