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CEO와 현안점검 예상
450조원 투자 등 이행 속도
대형M&A 추진 가속화 전망
연내 ‘회장’ 직함 달지 관심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도
“경제극복 위해 뛸것”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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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취업제한’ 족쇄가 풀린 만큼 첫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으로 15일부터 이 부회장이 복권되면서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복권 취지에 맞게 사업장 방문 등 현장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에 대한 소감으로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라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 자택에 머물며 향후의 경영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경영 강화… ‘경제위기’ 극복 총력
연휴 이후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 등 주요 최고 경영진(CEO)과 소통을 강화하고 경영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에도 곧바로 삼성 서초사옥에서 주요 CEO들을 소집해 현안 점검 회의를 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약속한 450조원 규모의 투자와 8만명 신규 고용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직접 독려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반도체 부문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함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전 및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하는 등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사업장을 직접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삼성의 기술력을 점검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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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2.6.30

방문 대상 사업장으로는 지난 6월 말 세계 최초로 3나노(1㎚,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경기 화성캠퍼스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당시 찾았던 평택캠퍼스 등이 거론된다.

삼성디지털프라자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활가전 역시 경기침체 여파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영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판매사원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일선 영업점을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9월에도 추석을 앞두고 디지털프라자를 전격 방문한 바 있다.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을 위해 조만간 해외 출장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4’ 등 눈앞에 놓인 난제를 고려한다면 빠르게 활동 보폭을 넓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M&A 관련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수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대형 M&A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등이 후보로 꼽힌다. 반도체 외에도 바이오나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로봇,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 등 분야에서도 M&A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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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로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2.8.12. (출처: 연합뉴스)

◆부회장 떼고 ‘회장’ 승진하나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 2014년 선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했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삼성에 회장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국내 4대 그룹사 중 총수 회장이 없는 그룹은 삼성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승진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있어 연내 회장 승진이 어렵겠다는 시각도 있다.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장 승진에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면서 회장으로의 승진 문제도 차츰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하지만 진행 중인 재판으로 시기는 적절히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익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관련 움직임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와 달리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대신 삼성 경영진이 해외 출장 때마다 각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해왔다.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9년 사면 뒤 해외 각국을 돌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에 헌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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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5.20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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