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역승리’ 자화자찬
“정상방역 체계로 등급 낮춰”
로이터 등 “北발열 통계 의심”
전문가 “주민 더 큰 위험 몰아”
北 서둘러 종식 선언한 의도엔
“무역 재개‧추가 핵실험 가능성”
北, 마스크 해제 등 일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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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가 지난 10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방역 및 보건부문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2022.8.1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됐다며 ‘방역전 승리’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백신 접종 없이 짧은 기간에 극복했다’거나 ‘세계 보건사에 놀라운 기적’이라는 등 그들 특유의 과도한 표현을 써가며 자화자찬하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19 종식 주장에 대해 외신들과 보건 전문가들은 관련 내용에 관심을 두면서도 사실 여부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를 쏟아내 이목이 쏠렸다.

◆김정은 “코로나19 위기 완전 해소”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이 소집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가 8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현 방역 상황을 평가하고 과학연구 부문이 제출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에 근거해 나라에 조성됐던 악성 전염병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 시각 당중앙위원회와 공화국정부를 대표하여 영내에 유입되였던 신형 코로나 비루스를 박멸하고 인민들의 생명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백신 접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북한에서 기승을 부리던 전염병 확산 사태를 짧은 기간에 극복하고 방역 안전을 회복해 전국을 비루스 없는 청결 지역으로 만든 건 세계 보건사에 특기할 놀라운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과 정부는 지난 5월 12일부터 가동시켰던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오늘부터 긴장 강화된 정상방역체계로 방역 등급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일 발열자 발생 수가 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변이와 원숭이두창 등이 확산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연설에 이어 김덕훈 내각 총리의 보고가 있었고,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을 비롯해 리충길 국가비상방역사령관, 김영환 평양시비상방역사단장, 리영길 국방성비상방역사단장, 리성학 내각 부총리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비서인 박정천·리일환·박태성·김여정·리창대·박수일 등이 참석했다.

당과 정부의 책임일군 및 방역‧보건 부문의 일군들, 국경지대에 파견된 당 대표들과 당 지도소조 성원들, 봉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부대 지휘성원들, 각급 비상방역지휘부 성원들, 비상방역 사업에 기여한 지원자들,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 일군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北, 코로나19 통제 여력 없어”

주요 외신들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도 그 사실 여부를 의심하는 기사 역시 내보내 주목을 받았다.

AP·로이터통신 등 대부분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그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명확하게 발표한 적 없이 이른바 발열 환자 수만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사 키트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고도 했다.

특히 AFP 통신은 “한국은 최첨단 의료체계를 갖췄고 백신 접종률도 높았는데도 코로나19 치명률이 0.12%였다”며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전 세계 전문가들이 북한의 통계를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방식대로 발열자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을 계산하면 0.0016%에 그쳐 세계 최저인데다 한국의 75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은 코로나를 통제할 여력이 없다”면서 “북한의 의료체계는 세계 최악 수준으로 병원에는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중환자실도 거의 없으며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도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도 ‘제대로 된 검사도 없이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북한의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존 스워츠버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염병·백신학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코로나 검진 측면에서 취하는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파악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자국 내 코로나 유행의 범위와 사망자의 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 교수는 “중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검진 장비마저 부족한 북한에서 ‘방역 승리’를 선언한 점이 석연치 않다”며 “섣부른 선언이 오히려 북한주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백신이 없어 중국보다 훨씬 취약하며, 이에 따라 향후 북한에서 더 많은 입원과 사망을 포함해 잠재적으로 북한의 보건 체계를 압도하는 큰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한 北 속내는

이 같은 관측이 주를 이루자 당장 북한이 서둘러 사실상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속내가 무엇일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건 해외무역을 재개하려는 절차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또 북한이 방역 규제를 완화한 뒤, 2017년 이후 첫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의 전망들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의 그간의 외교·경제적 실패를 상쇄하고 집권 10년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호홍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원은 ‘김정은의 코로나19 방역전 승리 선포: 의미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김정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 게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교 실패와 경제난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을 내포한다”고 적었다.

하노이 노딜과 경제난 악화로 김정은 리더십이 타격을 입었지만 외부 지원 없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영도자로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 이를 집권 10년의 업적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방과 국경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각종 시설 운영을 정상화하는 등 일상 회복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한국시간)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서는 최대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된 데 따라 이미 시달했던 명령과 특별지시 등의 효력을 없애고 주민들의 사업 및 생산 활동, 생활을 정상수준으로 이행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나라의 모든 지역들이 방역안전지대로 확고히 전환되고 국가적인 방역등급이 하향 조정된데 맞게 전연(전방)과 국경지역의 시·군들을 제외한 모든 지역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됐다”고 전했다. 다만 마스크를 쓸 의무는 해제했지만 주민들에게 건강상 이점을 부각하며 여전히 착용을 권고했다.

또 “국가적인 답사와 참관, 휴양과 요양, 관광 등이 정상화되고 전연·국경지역의 시·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방역학적 거리두기, 상업, 급양 및 편의봉사 시설들의 운영시간 제한조치 등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경로라고 주장해온 남측 접경지역과 중국 등과의 국경지역은 제외됐다.

북한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고 정상방역체계로 완화한데 이어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본격화하면서도 코로나 변이와 원숭이 두창, 수인성 전염병 등 다양한 전염병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며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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