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1년여 이상 학교를 오가면서 올림픽 공원의 펜싱경기장이 공사 중인 것을 지켜보았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지척에 있다 보니 자연 눈이 가게 됐다.

지난해 겨울 올림픽 공원의 살을 에는 칼바람 속에서도, 올여름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공사는 중단되지 않고 진행됐다. 대형 천막 가리개를 쳐놓고 공사가 벌어지고 있으니 그 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국내 처음으로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짓는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특히 필자가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8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여자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남자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을 때, 핸드볼 담당기자로 활동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변한 실업팀 하나 없고, 체육관조차 열악한 상황에서 오랜 역사와 풍부한 저변인구를 갖고 있는 유럽 강호들을 꺾고 세계 정상에 우뚝 솟은 한국남녀 핸드볼의 신화는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스포츠계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춥고 배고픔을 참고 이기며 경기를 한다고 해서 ‘한지(寒地)볼’이라고 핸드볼인들이 스스로 자조적으로 부르기도 했던 핸드볼의 최대 숙제는 서울올림픽 이후 전용경기장을 갖는 것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핸드볼인들은 전용경기장이 완성되는 날을 간절하게 꿈을 꾸었을 것이다.

한창 골조공사가 진행되는가 했더니 어느새 새로운 단장을 끝내고 체육관 간판과 올림픽 공원 내에 안내판까지 새로 만들어졌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23일 SK 올림픽핸드볼경기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고 준공식을 갖게 된 것이다. 서울올림픽 때 처음 공론화된 이후 23년 만에 국내 최초의 핸드볼 경기장이 생긴 것이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 700여 명이 참석해 핸드볼 경기장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날 준공식 직후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남자예선 첫 경기인 한국-일본전이 열렸다. 서울올림픽과의 인연으로 탄생한 전용체육관인 만큼 올림픽과 관련한 경기로 첫 시작을 알리게 된 셈이다. 중국, 일본 등 총 10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 예선전에서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어 전용체육관의 의미를 살려주었으면 좋겠다.

핸드볼 전용경기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관심과 지원이 아니었으면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대한핸드볼 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핸드볼인들의 최대 염원이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이라는 것을 전해 듣고 ‘통 큰 결단’을 내려 SK 그룹과 핸드볼 관계자들과 숙의한 끝에 올림픽 공원 내 펜싱경기장을 핸드볼 전용경기장으로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SK그룹이 스포츠 분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434억 원의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 건립된 핸드볼 전용경기장은 준공식 직후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기부 채납했으며 핸드볼 경기는 물론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국민 스포츠 시설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국내 스포츠 역사상 일반 기업이 재원을 마련해 전용 체육관을 지은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라 그 의미가 컸다.

경기인인 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은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갖게 된 것을 기뻐하며 감격해 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힘들게 운동을 하면서 전용경기장 하나만 있으면 우리에게 희망이 생기고 많은 좋은 일이 만들어질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며 “막상 전용 경기장이 완공되고 나니 예전 고생할 때의 경험도 아름다운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으로 서울올림픽 4년 뒤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연속 올림픽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정형균 부회장은 앞으로 후배 선수들이 예전 선배들보다 좋은 시설과 여건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체육계에서 처음 있는 일인 일반 기업의 전용체육관 건립이 앞으로 많이 확산돼 일반적인 현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이 이윤을 스포츠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 환원할 경우 건강에 대한 시민참여를 높여주고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선순환구조가 갖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