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남성사계시장 수해현장
“비 올 때 공무원 하나도 없어”
“그러다 감전되면 어떻게 해”
“10년 전에도 똑같은 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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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방은 기자] 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남성사계시장 수해 복구 현장에서 11일 미화원들이 포크레인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천지일보 2022.08.11

[천지일보=방은 기자]  “여기 지대가 낮은데 언덕 위에서 물이 밀려 내려오고 안 빠지니 잠긴거에요. 10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 하수 구멍이 작은데 보도블록 공사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기 봐요. 맨홀이 막혔잖아요. 얼마 전에는 에폭시(열경화성 수지)를 발랐었는데 다시 뜯어내고 보도블록으로 바꿨어요. 세금으로 뭐하는 짓이냐고요.”

11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남성사계시장 수해 복구 현장에서 동네 주민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김종만 (59, 동작구)씨는 기자를 붙들고 답답한 듯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비 많이 오는 8일 저녁이나 이튿날에 공무원이 와서 해야 되는데 경찰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주민이 감전되면 어떻게 하냐”며 “누가 나오라 마라 안 해도 봉사 정신 가지고 스스로 해야지 일 터지거나 선거 때나 되면 나오니 국민으로서 깝깝하다”고 혀를 찼다. 

서울 동작구 일대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비가 내리면서 수해 피해가 집중됐다. 특히 현재 특별 재난 지역 지정 예정인 동작구에 있는 이수역 남성사계시장은 8일 밤 9시부터 1시간당 136.5㎜의 비가 쏟아지면서 배수시설이 마비돼 피해가 컸다. 상인들은 10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며 예견된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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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방은 기자] 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남성사계시장 수해 복구 현장에서 11일 봉사단이 띠를 이어 서서 피해가 심한 한 지하상가의 쓰레기를 치워주고 있다.ⓒ천지일보 2022.08.11

동작구에 20년 산 익명의 50대 주민은 “개발은 하지 않고 길만 뜯어 고치니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이건 예견된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상에 물이 내 배까지 찼다”고 말하며 170㎝정도 보이는 주민이 허리 밑을 짚어 보였다.

그러면서 “어제 윤석렬 대통령 온 데 저 위 극동 아파트 옹벽 무너진 데도 산을 깎아서 옹벽친 것”이라며 “여기는 전체적으로 손 봐야지 주먹구구식으로 손 데면 이쪽 일대는 또 저수지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호(51, 동작구)씨는 “물은 지금 다 빠져 물건을 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복구됐지만, 아직 속은 복구가 안 됐다”면서 “이 지역이 물이 모이는 지역이지만 이렇게까지 온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10일부터 복구 작업을 위해 군 장병 70여명과 40개가 넘는 민간 봉사 단체가 투입된 시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작업 중이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아침 일찍부터 청소부들은 포크레인 기사와 함께 물에 젖은 각종 쓰레기들을 청소차에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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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방은 기자]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남성사계시장 수해 복구 현장에서 11일 전기 기사가 침수로 기계와 물건을 뺀 기름집의 전기 시설을 고치고 있다.ⓒ천지일보 2022.08.11

수해 피해가 큰 시장 안쪽 지하상가 근처에 군 장병과 민간 봉사단이 몰려있었다. 언제부터 봉사 나왔냐는 기자 질문에 김인순(72) 도곡2동 새마을 부녀회장은 “어제부터 봉사 나왔는데 논현동도 말도 못 한다”며 “어제 반지하 사는 수해 주민이 그러는데 순식간에 물이 차서 유리창 깨고 나와 그나마 살았다”고 다른 지역 피해를 설명했다. 

좁은 지하 계단 아래 줄을 서서 쓰레기를 치우는 봉사단을 보던 경창수(57) 사당2동 협의회 회장은 “지하에 물건 보관하는 삼정유통이 피해가 제일 컸다”며 “지금 국민의힘 방역위원회에서 나와 봉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 뒤로 지나던 봉사단들은 “냄새가 장난아니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가게 물건과 기계를 다 빼내고 전기 수리하는 이효찬(65, 동작구) ‘강남고추기름’ 사장은 “침수돼서 다 못쓰게 됐다”며 “노후화돼서 감전 위험도 있고 해서 전기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 돈이죠 돈”이라며 앞으로 일을 걱정했다.  

복구 현장에서 봉사하는 당원들과 함께 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기자가 요청하자 “당원들께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피해 본 상인도 문제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니 도와주시면 좋겠고 대책도 빨리 마련해야 될 것 같다”며 “이 지역은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고 말하며 다른 피해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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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방은 기자] 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남성사계시장 수해 복구 현장에서 11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피해지역을 돌아보며 봉사하는 당원과 함께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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