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장사가 제법된다는데...”

▲ 상인대학 교육을 받던 중 세상을 떠난 故 강두봉 씨.
[천지일보=장윤정 기자] 전통시장 기획을 진행 하던 중 전통시장 상인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사연이 전해졌다.

간이 좋지 않아 거동조차 불편했던 밀양시장 찻집 상인 故 강두봉 씨는 지난 6월 자신의 가게를 살리고 밀양시장을 되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상인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묵묵히 자신의 몸과 싸워가며 상인대학 수업을 받았다.

자신을 이기며 교육에 임하는 강 씨 부부는 교육생 전체에 귀감이 됐다. 그러나 강 씨의 열정이 무리가 된 것인지, 강 씨는 그토록 원하던 활성화된 점포와 시장을 보지 못한 채 교육 도중 세상을 떴다.

당시 강 씨를 교육했던 임채길 상인대학 교수가 그의 사연을 전했다. 임 교수는 “강 씨가 침체된 점포를 회복시키기 위해 부인 박미학(52, 여) 씨와 함께 정말 열심히 배웠다. 간이 좋지 않아 수업을 듣는 것이 불편했을 텐데도 내색 한 번 안하고 열정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임 교수에 따르면 상인대학 수업에 부부가 같이 와서 배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강 씨 부부는 ‘시장도 살리고 점포도 회복하자’라고 다짐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부부가 매일 직접 차를 끓여 와 상인대학 교수들에게 줬다. 그 따뜻한 차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한 부부 사이가 매우 좋아 항상 꼭 붙어 앉아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몇 개월 후 강 씨는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졸업식 날엔 강 씨의 영정사진이 강 씨를 대신해 참석했다.

박 씨는 남편 상을 치르고 나서도 끝까지 수업을 들었다. 결국 졸업식 날 남편 졸업증까지 같이 받았다. 임 교수는 “그날 박 씨도 주변 사람들도 강 씨 생각에 많이 울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임 교수는 “지금은 상인대학 수업을 받고 나서 친절 서비스나 인테리어 등이 확 바뀌어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들었다”고 한다. 그는 “강 씨가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지만, 장사가 제법 된다고 하니 그래도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강 씨가 목숨과 바꾼 상인대학 교육이 사후에 결실을 맺어 그가 하늘에서나마 편히 쉬게 돕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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