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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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연금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이고, 정부에까지 치명타를 준다. 숫자상으로도 국민연금에 돌아가는 돈이 1000조원 이상이 된다. 활화산이라는 소리이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장관이 퇴임한지 84일(8일 기준) 째를 맞는다. ‘선장 없는 항해’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을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연금사회주의’로 기업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헌법의 기조는 제119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도 헌법정신에 충실하고자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으로 ‘자유, 공정, 혁신, 연대’ 등 4대 경제운용기조를 발표하고 ‘① 민간 중심 역동적 경제 ② 제도 개선 도약경제’ 등을 내세우면서, “민간·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경영부담은 완화하고 투자·일자리 확충에 대한 지원은 대폭 강화한다”라고 했다(김영훈, 나라경제, 8월).

현실적으로 기업의 자유도가 그렇게 확대돼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의혹’으로 쌍방울그룹을 조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쌍방울 임원 B씨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라고 한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관계는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으로 봐서도 지금 공급망 생태계를 중국으로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등으로 돌려야 하는데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제품의 질을 높이고, 노동 생산성을 올려야 할 판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소리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보듯 노동쟁이가 심하고, 협력업체까지 몽니를 부리고 있다.

파업주동자로 볼 때 문재인 청와대가 좋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실련 재벌개혁위원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한 후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있다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에 나온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19년 2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KAL)에게 ‘최소한의 적극적 주권 행사’를,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를 의결했다.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2019년 2월 20일).

지나고 난 일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왜 한진칼의 조양호 회장의 이사직 박탈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가졌는지 의문이다. 그건 헌법 126조 위반사항이다. 사실 국민연금법의 제1조 목적으로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 국민연금이 정치색을 띨 수 없게 돼 있다. 청와대는 헌법도 읽지 않고 정치를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5명)으로 기획, 농림, 산업통상, 고용노동, 공단이사장 등이고, 그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14명은 거의 문재인 코드 인사들이었다. 그 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이유가 없었다.

조동근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17년 통계로 131조원이 전체주식투자 비중은 6.96%이다. 그리고 지분율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96개에 이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276개이다.” 연금을 5〜10%까지 빌려 쓰는 입장에서 보면 한진칼과 같이 정치권이 기업에 개목걸이를 달 수 있게 된다.

‘연금사회주의’가 다른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캐나다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기금 운용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연기금 중 가장 높은 연평균 10.8%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재정 추계 기준 5%대 수익률을 예상하는 국민연금 수익성을 CPPIB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거의 보험료 인상 없이 기금 고갈을 막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올해 5월 말 현재 기금 수익률은 -4.7%에 손실액이 43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한국경제신문, 8월 7일).

더 큰 문제는 덩치가 커지면서, 그 연금의 손실은 국가 재정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유경준 의원 등이 주최한 자리에서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美 재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된 자산이 2700~3300억 달러로 작년 한 해 동안 600억 달러가 증가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4600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달러현금 비중이 5%(23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실패하면, 한은의 달러 현금은 금방 고갈될 것이다. 현물외환시장은 임시 폐장되고 한국은 즉각적으로 외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정치인 손에 들어가면서, 기업은 부자유스럽게 되고, 국가는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전망이다. 결국 국민연금 때문에 감옥 갈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쯤 되면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대통령은 국민연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씨 같이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정치인들에게 계륵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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