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發 에너지난 심각
“내년 1월 연료비 2배 오를 듯”
겨울 전력난 대비 계획 정전
석탄·원자력 발전소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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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너지난이 심화하면서 연료비가 치솟는 가운데 당초 유럽에서 가장 먼저 탈원전을 추진했던 영국 정부가 지난달 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영국 남서부 힝클리 포인트 서머셋에 위치한 마그녹스 원자력 발전소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영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올겨울 에너지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영국의 국민 3분의 1가량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콘월 인사이트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요금이 4266파운드로 월평균 355파운드가 될 것이라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재 가구당 에너지 요금과 비교해 116%, 지난해와 비교해 230% 급등한 수치다. 

CNN은 “이미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요금이 올해 54% 오르면서 많은 영국인이 난방과 식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 만큼 생계비 위기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연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연료빈곤종식동맹(EFPC) 단체는 영국 국민의 3분의 1인 1050만 가구가 내년 초 3개월 동안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료비를 내고 난 나머지 소득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가계소득이 전 가계소득 중간선의 60% 아래일 경우 빈곤선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3만 1000파운드(약 4910만원)이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에너지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900만 가구에 400파운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콘월 인사이트는 “400파운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콘월 인사이트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염에 가뭄까지 악재 겹쳐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든 데다가 올여름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영국은 에너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은 지난달 1935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면서 최악의 여름을 맞았다. 여름에도 서늘한 날씨로 영국 가정의 약 95%는 에어컨이 없었지만 이번 여름 영국에서는 에어컨 구매 대란까지 빚어졌다. 

문제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면서 전력 소비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다가올 겨울철 난방에 쓰일 전력조차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전력 순 수입국이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비해 내년 1월 기업과 가정을 대상으로 계획 정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합리적 최악 시나리오’ 보고서는 비상 석탄발전소가 가동돼도 최대수요전력 대비 발전용량이 약 20% 부족하다며, 노르웨이·프랑스로부터 전력수입이 줄어드는 내년 1월 중에 가스를 아끼기 위한 긴급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유럽 전역에 들이닥친 가뭄도 전력난에 가세했다. 영국 전력의 주 수입국인 노르웨이는 가뭄으로 저수지 용량이 최근 20년간 평균보다 약 60% 감소하면서 수력 발전소로 생산되는 전기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노르웨이 에너지 당국은 “노르웨이 전력 생산이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며 “수력 발전소의 물을 채우는 것과 전력 확보를 우선시하고 저수지 수위가 높아지면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콘월 인사이트도 “가뭄이 길어질수록 영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난에 석탄·원자력 발전소 확대

영국은 폭염과 가뭄, 에너지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석탄과 원자력발전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당초 유럽에서 가장 먼저 탈원전을 추진했던 영국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석탄 발전을 재개하거나 생산을 늘고 동시에 원전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겨울철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영국이 비상조치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천연가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유럽 국가들에 발맞춰 다국적 에너지 회사 셀의 북해 ‘잭도’ 가스전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잭도 사업 신청서를 반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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