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용기를 줬다”
“‘시민 됨’을 가늠하게 한다”
대비되는 최수연·권민우에
비장애인 반성 계기 제공

“우영우냐” 놀림 소재 되고
재밌게 소비하던 시청자도
현실 장애인엔 여전히 ‘냉담’
‘장애의 무게’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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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권민우 우영우 최수연. (출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ENA 수목드라마(넷플릭스 동시상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장안의 화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루는 만큼 단순히 인기가 많은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얘깃거리를 던져주는 중이다. 

‘우영우’는 비장애인 시청자들에게 자폐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등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올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작품과 작품을 재밌게 본 시청자에 대한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우영우’가 흩뿌린 빛, 그리고 그 빛에 의해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발판삼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말을 넘어 저 너머로까지 우리 사회는 내디딜 수 있을지 짚어본다. 

◆우리는 최수연과 권민우 중 어느 쪽인가

자신을 장애인 가족이라고 소개한 한 트위터 사용자는 “‘우영우’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의 시민 됨이 구체적으로 스크린 바깥에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가늠해보게 한다”고 썼다. 장애인을 대하는 시민의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와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권민우(주종혁 분)와 최수연(하윤경 분)에 대해 주목할만하다. 드라마 초반만 하더라도 권민우는 상대가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비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것처럼 편견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권민우는 오히려 열등감을 느끼고 스스로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인물임이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권민우는 ‘권모술수’라는 그의 별명처럼 의도적으로 사건 정보를 우영우에게 알리지 않고, 나중에서야 “아,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이는 우영우가 학창시절 당했다는 이른바 ‘아, 미안’ 놀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외에도 우영우가 부정 취업을 했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재판에서 돌발행동을 한 우영우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끊임없이 우영우를 괴롭힌다. 

권민우의 본색은 7화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우영우를 괴롭히지 말라는 최수연(하윤경 분)에게 권민우는 “우영우가 강자”라며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된다. 왜? 자폐인이니까.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건 다 착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본 많은 시청자는 권민우라는 인물이 약자가 특권을 누려왔다며 ‘역차별’ 운운하고, 이 역차별을 교정하는 게 ‘공정’이라고 느끼는 일부 청년 남성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대로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 훨씬 올바른 태도를 갖춘 인물로서 주목받는다. 최수연은 1등만 하던 우영우가 몇 개월 동안 취직을 하지 못한 게 오히려 차별·부정·비리라고 외쳐준다. 우영우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우해 준 것이다. 

그러면서도 회전문을 잡아주는 등 우영우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적절히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다른 문으로 나오면 되지 않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이를 볼 때 최수연의 태도가 시혜적인 것이 아닌 현대사회 시민으로서, 친구로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작품은 용기를 주고, 열광은 불편을 주고”

‘시민 됨’에 대해선 자폐인 자신들도 고민일 많을 테다. 이는 한국을 넘어 바다 건너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우영우’를 봤다는 일본의 자폐인은 ‘여성신문’을 통해 이 작품이 “살아도 된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라고 전해왔다. 

스즈키 나츠코씨는 “지적장애가 없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학교에서는 ‘조금 이상한 애’라는 시선을 받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저도 그렇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1년 전쯤 ‘우영우’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뻤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의 서사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어렸을 때부터 자폐임을 확인했지만, 스즈키씨는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과 고통에 시달렸음에도 성인이 된 후 직장 내 괴롭힘에 병원을 찾아서야 자폐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넌 정상이니 괜찮아”라며 그를 위로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처였다고 한다. 겉보기에 ‘정상’이었기에 고통의 이유가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은 탓이다. 

다만 스즈키씨는 작품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무식한 열광’이 불편했다. 우영우를 아기 취급하고, ‘무해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장애인’만 인정하겠단 태도, 우영우 증상을 흉내 내는 사람, 욕으로 ‘병X’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들의 행동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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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우영우’ 관련 만평. (출처: 전장연 페이스북)

◆“너 우영우냐?” “우영우처럼 해봐라”

최근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중3 학생인데 조금 슬픈 일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요즘 애들 친구들에게 ‘장애인이냐’ ‘아 장애인 새X야’라는 표현 많이 쓰는데, 이제는 ‘우영우냐?’ ‘아 우영우 새X’ 이렇게 부르더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이 이렇게 쓰인다는 게 슬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를 접한 다른 커뮤니티의 한 사람은 “아내 학교에 우영우보다 더 낮은 상태의 학생이 있는데 ‘우영우’ 방영하고 쉬는 시간마다 애들이 찾아가서 ‘우영우처럼 해봐라’ ‘우영우는 똑똑한데 너는 왜 아니냐’고 하면서 괴롭히는 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선한 목적으로 시작한 ‘우영우’이지만, 우영우의 캐릭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단 이유로 이와 비슷한 현실의 자폐인들이 우영우라고 놀림 받을 빌미가 돼버린 것이다.

◆우영우가 아니면 자폐는 사회에 나올 수 없는가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자폐인 성인 아들과 탑승했던 비행기에서 내렸던 사연을 소개했다. 7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올랐던 A씨는 탑승 과정 내내 아들이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만약을 대비해 약도 먹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은 약효가 돌기 전 4차례 일어나 항공기 안을 돌았고, 기장의 결정에 따라 승무원은 A씨에게 내리라고 요구했다. 결국 아들과 A씨는 내려야 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아들이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탑승교 바깥에도 나가는 등의 행동을 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글에 “진짜 우영우 정도는 돼야 사회에 나오라는 건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우영우를 언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A씨를 비난했다. 우영우와 A씨 사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A씨 글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대한항공의 대응과 네티즌의 비난 사실이 퍼지자 역으로 항공사와 A씨를 비난한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드라마를 ‘예쁘게’ 소비하고 싶어서 당사자들의 발언을 뭉개선 안 된다는 취지다. 우영우처럼 ‘쓸모’를 증명해야만 동료 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2일 페이스북·트위터에 게시한 ‘자폐는…’이란 만평을 통해 “사람들은 우영우에게 환호를 보내고 공감한다. 하지만 우영우가 아닌 다른 장애인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차별과 배제를 받는 상황에 처하면 바로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는 상황인 것처럼 비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A씨 사례를 언급하며 “아무도 그 장애인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 장애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마치 그 장애인이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인 양 몰아 세우기 바빴다”고 토로했다.

앞서 전장연은 ‘다른 반응’이란 만평을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것과 현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저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우영우’ 3화에 나오는 대사다. 하지만 현대에도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장애인이 짊어진 ‘장애의 무게’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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