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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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이 최근 20%대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6000억 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9년 연속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산업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 역량과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생태계 곳곳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진전됐지만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로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로 자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투자까지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60조원대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전 방위로 지원해 오고 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7월 말 520억 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반도체지원법을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뭉쳐 통과시켰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만연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각종 규제와 미약한 세제 혜택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공장 건설에도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용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1년 11개월이 걸린 데 비해, 평택 공장은 송전선 인허가 문제로 지자체 동의를 얻는 데만 5년 걸렸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용지 선정 후 3년 만인 올 4월에야 공사에 들어갔으나 여주시에 발목이 잡혀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정부가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청사진을 발표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0%,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 50% 달성 등이 목표다. 5년 동안 340조원의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인할 세제 혜택과 규제 해소 전략도 수립했다.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석·박사 정원 증원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또한 여당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위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법’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 미국 등 선진국들의 세금 지원 혜택과 균형을 맞췄다. 또한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 때 지자체 등과의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조성 단계부터 국가가 주도할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는 34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평택·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 반도체 단지에서는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상향하는 등 클린룸 기준으로 평택 캠퍼스가 6개, 용인 클러스터가 3개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9000여명 고용 증가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비와 R&D 투자의 세제 지원도 확대하고 테스트 장비, 반도체 설계자산(IP) 설계·검증기술 등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킨다. 특별연장근로제는 오는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하는 등 노동·환경 규제도 개선한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스타 팹리스’ 30개사를 선정하고 전력 반도체·차량용 반도체·인공지능(AI) 반도체 3대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집중 지원한다. 소부장 자립화율을 높이기 위해 시장 선도형 기술개발 비중은 내년부터 20%로 대폭 확대한다. 반도체 인력을 앞으로 10년 동안 15만명 이상 공급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첨단 전략 산업을 지원하는 국익 앞에서 여야가 협치 해서 조속히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반도체가 초격차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지속 보완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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