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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합성: 천지일보, 이미지: 게이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

 

동용승의 글로벌 경제안보 분석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 팀장

경기 불안정, 상당기간 지속

코로나시장분할기후변화

글로벌 시장 불안정 요소

탈냉전 후 시장 공급망 하나

-중 충돌로 강제분할 가속

세계 경제, 안보와 맞물려 있어

- 핵심요약- 

◆세계시장 흔드는 주축 미국

세계 시장 격변의 기저에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있다.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새로운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치열한 대결이다. 2021년 미-중 충돌은 미국에 의해 판이 바뀌었다. 과거 미국이 소련의 확장을 위기로 인식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확장을 실질적인 위기로 인식한 것이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 동안 진화해 온 미국의 봉쇄전략을 중국을 대상으로 다시 꺼내들었다.

 

중국몽세계로 향해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상호 충돌식의 임기응변적 대응에서 벗어나서, 바이든 행정부의 봉쇄전략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중국몽의 목표를 세계 패권 쟁취에 두기로 결정한 모양새다. 중국은 이러한 장기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부터 미국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며 중국의 힘을 응집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강제적 분할

중국은 1986WTO 가입을 시도해 200111143번째 회원국이 됨으로써 세계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금융을 비롯해 에너지, 식량, 반도체 등이다. 탈냉전 이후 세계시장은 하나의 공급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미-중 충돌이 본격화됨에 따라 세계 시장의 강제적 분할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분할에 따른 불안정도 장기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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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머스 동용승 사무총장. ⓒ천지일보 2022.08.03

세계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했고, 이는 금리 급등과 환율변동의 후과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식량 수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모든 것이 가계 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한다. 세계의 변화가 우리 밥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도 세계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경제안보의 시대다.

세계 시장 격변 기저 -중 충돌

그런데 세계 시장 격변의 기저에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있다.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새로운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치열한 대결이다. 2021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적극 계승한다고 했지만 대응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 때리기?는 지양하고, ?중국 때리기?는 이어간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냉전시절 소련 및 사회주의권 국가를 대상으로 전개했던 봉쇄전략(Strategies of Containment)을 다시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1947년 시작된 미국의 봉쇄정책은 국제적 연대가 핵심이다. 미국은 소련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터였던 유럽과 동아시아의 회복을 위한 마셜플랜을 전개했다. 당시 전범국가인 서독과 일본을 소련 세력의 확장 제어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소련의 확장을 위기로 인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봉쇄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봉쇄전략은 소련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까지 40여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으며,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패권을 쥐게 된 핵심 전략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봉쇄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출범 초기부터 전통적 동맹을 다시 추스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G7 정상회담에서 서방 동맹국들을 결집했다. 이러한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 때리기?로 인해 흔들린 국제 질서를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소위 민주진영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때리기도 맞대응

2021년 미-중 충돌은 미국에 의해 판이 바뀌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세계의 대변동?을 분석하면서 위기의 단계를 10여개로 제시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단계는 당사자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미국이 소련의 확장을 위기로 인식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확장을 실질적인 위기로 인식한 것이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 동안 진화해 온 미국의 봉쇄전략을 중국을 대상으로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 첫 작업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복원이다. 미국이 중국의 세계 패권 지향에 대한 사전 차단작업을 본격화함을 의미한다.

중국도 적극 맞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0여년 전 시진핑 정부 출범 초기 중국 내부용으로 시작된 '중국몽(中國夢)'이 시진핑 2기 후반부에는 세계전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Tough) 대중국 공략 및 바이든 행정부의 본격적인 대중 견제에 맞대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관료들은 선즉제인(先則制人), 즉 싸움을 할 때는 선수를 치는 게 유리하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세계패권에는 관심이 없는데 미국이 자꾸 중국을 부추기고 견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본격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한다.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상호 충돌식의 임기응변적 대응에서 벗어나서, 바이든 행정부의 봉쇄전략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중국몽의 목표를 세계 패권 쟁취에 두기로 결정한 듯하다. 중국은 이러한 장기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부터 미국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며 중국의 힘을 응집하고 있다.

시진핑 장기집권 명분 준 미국

우선 중국은 지도력의 집중력과 지속성을 강화하려고 한다.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이상이 가능해졌다. 패권 도전을 위해 중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자부하는 공산당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당-국가 일체를 유지하고 있어서 공산당 일당체제이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내에 권력 균형 및 분점을 이룰 수 있는 권력분산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과정을 거치면서 권력을 시진핑 1인에게 집중시킴은 물론 장기적 집권이 가능한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중 대결 국면이 심화됨에 따라 1인 장기집권의 명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시진핑 1인 독재화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중국 정치 변동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몽?의 목표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종전 ?중국몽?의 목표 시점은 2049년이었지만, 현재는 2035년으로 앞당겨졌다. 목표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202010월 중국 공산당 195중 전회에서 ?쌍순환?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145개년 계획(2021~2025)2035년 장기 전략을 채택했다. 쌍순환 전략은 제조-품질, 인터넷, 디지털 강국을 겨냥한 내수 강화 전략이다. 본격적인 패권 도전에 앞서 중국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또한 동남아 및 아프리카 등 화교 및 중국자본의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중심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역사를 중시한다. 15세기 이전까지 세계의 중심 역할을 자부했던 중국이 16세기부터 서양권의 침공을 받아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인식한다. ?중국몽?15세기 이전의 중국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사고로 전환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15세기초 8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인근까지 대규모 상선을 이끌었던 정화 장군의 원정이 중단됐던 원인이 중국의 내부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서양권의 분석에 주목한다. 현재의 중국은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며, 공격을 위한 내부 정비 전열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적어도 202210월 중국 공산당 대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내부 전열 정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시장 강제분할, 경기 불안정 요소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세계 공급망의 분할로 나타난다. 미국은 구소련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1972년 중국을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시키고자 했으며, 중국은 1986WTO 가입을 시도해 200111143번째 회원국이 됨으로써 세계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금융을 비롯해 에너지, 식량, 반도체 등이다. 탈냉전 이후 세계시장은 하나의 공급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미-중 충돌이 본격화됨에 따라 세계 시장의 강제적 분할은 가속화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식량과 에너지 공급에 불안정이 촉발됐지만, 세계 시장의 분할에 따른 불안정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기는 불안정이 가중됐지만, 시장 분할에 따른 불안정도 장기화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인류는 공통의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기후변화다. 지구 온난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역시 세계 공급망에 의존하지만, 시장 분할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우리의 독자적 힘만으로 대응할 수 없기에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매일 주목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경제안보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봉쇄전략

봉쇄전략은 냉전 정책의 하나로서 공산주의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차대전이후 소련과 중국의 사회주의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이른바 봉쇄전략(containment strategy)’을 채택했다. 국제정치학의 대부격인 미국 국무부 외교관 조지 캐넌이 1947년에 창안했다. 봉쇄정책은 억지전략(deterrence policy)과 함께 냉전시대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로 자리 잡았으며,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중국몽

2012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리커창 정부에서 제기된 중국공산당의 정치 지도 개념이다중국공산당은 중국몽의 국제적인 전략으로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추진해왔으며, 이를 위해 관련 국가들에게 자원과 자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의 중국몽 전략은 대외적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경제 경쟁력 제고와 국제 정치적 입지의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내 각 민족 문화 진흥과 인민들의 행복 증진을 선전 공보의 아젠다로 삼고 있다.

 

쌍순환

쌍순환은 해외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경제 전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5월 처음으로 제시했다. 쌍순환 전략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갈등, 코로나19 책임론, 홍콩과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인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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