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정신으로 꿈 키워
독창적 예술관 드러내고 파
서커스문화 정착 위해 노력
한국 서커스학교 설립 목표
“새로운 시도, 겁보단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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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에어리얼 실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1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서커스의 매력 중 하나를 꼽자면 생각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을 실제로 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성취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희미해진 서커스의 명맥을 이어가며 서커스가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이솔빛나(30) 서커스 아티스트다. 서커스 아티스트는 서커스를 하는 예술가로 그는 많은 서커스 장르 중에서도 두 개의 실크천을 활용해 공중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에어리얼 실크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공연의 안무나 서커스 기획 연출을 하는 디렉터, 서커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 등의 역할도 맡고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관과 그 예술관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이 아티스트를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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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1

◆TV 만화로 키웠던 ‘서커스의 꿈’

이 아티스트는 어릴 적부터 신체를 움직이는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운동을 해봤으며 쇼트트랙과 리듬체조도 배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로 접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카레이도스타’를 통해 처음으로 서커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태양의 서커스’를 모티브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이 세계적인 서커스 무대 ‘카레이도’에서 스타로 성장해 가는 내용이다. 그는 “한 가지를 오래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릴 적에 매력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아티스트는 서커스라는 꿈을 가진 이후부터는 무용을 전공해 꿈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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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에어리얼 실크 시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1

◆10살에 꾼 목표, 20년 만에 이뤄

이 아티스트는 서커스를 알게 된 후 먼저 서커스를 배우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 국립 서커스학교에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칠전팔기’ 정신으로 끝내 이뤘다. “10살 때 서커스학교를 찾기 시작했고, 캐나다에 있는 국립 서커스학교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됐어요. 마침 EBS 교육방송에서 그 학교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어서 그 영상을 통해 입시를 준비했죠.”

10년이 지난 스물한 살 무렵 그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국립 서커스학교를 찾아 첫 오디션을 봤다. “첫 오디션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간다라는 목적이 컸어요. 처음으로 해외를 혼자 나가는 거였고 거기에 모이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인지 아무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한번 경험을 쌓으러 간다’ 생각하고 가서 기분 좋게 오디션에 떨어졌어요.”

그는 다음해에 전공을 살린 서커스와 아크로바틱도 준비해 첫 회 오디션을 바탕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갔지만 2차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그 다음해에 다시 도전했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때 당시에는 되게 답답했어요. 이유도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국내에 들어와서 이제 어떤 것부터 다시 해야 할까. 그리고 이거를 나의 현실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2016년, 이 아티스트는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서커스 워크숍을 통해 서커스 역량과 경력을 쌓은 후 다시 서커스학교에 가기로 마음먹고 한국에서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며 역량을 키웠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해 다시 서커스학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되게 낡은 지식인 것 같은 거예요. 저도 뭔가 새로 채우고 싶고 나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 정보를 찾아보게 됐고, 제가 오디션 봤던 학교에서 서커스를 교육하는 교육자를 위한 교육이 있어 신청했어요. 온라인으로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먼저 듣고 지난 6월에 캐나다 국립 서커스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듣고 왔습니다.”

이 아티스트는 “어떻게 보면 이루고 싶은 목표이기도 했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이게 이런 모양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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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에어리얼 실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1

◆“서커스는 ‘쇼’ 보단 ‘예술’”

한국에서 서커스라 하면 아직 동춘서커스와 묘기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 서커스의 인식은 제한적이다. 이에 이 아티스트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커스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서커스가 쇼인 것은 맞지만 발전된 형태인 현대 서커스가 있어요. 무용으로 따지면 발레와 현대 무용 같은 차이인데, 기존의 전통 서커스만큼 화려한 맛은 없지만 다양한 예술이 더 어우러지고 다양한 문화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런 서커스가 있거든요. 그래서 인식개선이 되려면 이제 그러한 것들을 많이 보여드려야 해서 저는 패션 업계라든지 아니면 광고라든지 그리고 예능 등을 통해서 서커스의 다양한 면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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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의 공연 사진. (제공: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 ⓒ천지일보 2022.08.01

◆교육자로서 인재양성도

이 아티스트는 국내 최초 서커스 교육기관인 시온서커스학교 대표이기도 하다. 이곳은 일반인들이 서커스를 취미로 배우기도 하고, 서커스 전문 교육과 다양한 서커스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시온서커스학교는 2020년 1월 개관했다. 그는 “한국에서 서커스를 하는 공간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한정적이고 많지 않다”며 “이곳은 기존에 서커스 아티스트들이 공연 이외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교육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공연 외에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라고 소개했다.

이 아티스트는 “서커스 문화가 한국에 원래 없었던 게 아니다. 한국에도 서커스 문화가 있었지만 사라졌다가 지금 다시 생겨났는데 ‘이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서 서커스학교 이름을 시온이라고 짓게 됐다. 뜻은 영원한 빛이 될 인재와 문화를 만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뜻은 요새다. 요새로서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 서커스를 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서커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시온서커스학교는 시작일 뿐 이 아티스트의 큰 목표는 한국에 서커스학교를 설립하고 서커스를 교육으로 등재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서커스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좀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정말 큰 목표는 한국에 서커스학교를 설립하는 것과 한국에서 서커스가 교육으로 등재될 수 있게 연구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많은 서커스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아티스트는 “서커스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면서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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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솔빛나 서커스 아티스트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시온서커스학교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에어리얼 실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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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온서커스학교 내 구비된 장비들. ⓒ천지일보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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