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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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뉴캐슬대학교와 퀸마가렛대학교의 공동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TV 시청이 유아의 언어 표현력에 영향을 미쳤다. 3~5세 유아기에 하루 3시간 미만의 TV 시청을 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에 측정을 해보니 더 많이 텔레비전을 본 아이들보다 생각을 더 잘 전달했다. 하루 3시간 이상의 TV 시청을 하면 몇 년 뒤에 언어 표현력이 떨어졌다. 이는 유아 수천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캐나다 캘거리대 심리학과의 연구 논문에서는 만 5세 이하의 유아가 TV,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화면)을 너무 많이 보면 발달지체가 생길 수 있었다. 이 논문은 미국 의사협회 저널 ‘소아 과학(JAMA Pediatrics)’에 발표됐는데 이에 따르면 캘거리시 거주의 만 2세, 3세, 5세 유아 2400여명을 분석했는데, 그 나이에 필요한 운동기능 연습을 하지 못했고, 밝은 빛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빨리 성장하는 유아의 뇌 발달에 위험요인이었다.

이외에도 올바른 성장에 관한 연구는 많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이 1만 1천명 이상의 5세 유아를 조사한 결과 매일 3시간 이상 TV를 보는 어린아이는 1시간 이하 TV를 보는 어린아이와 비교할 때 7살이 됐을 때 절도와 싸움 같은 행동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이 미 2700여 가정을 대상으로 TV 시청 시간을 조사했는데, 하루 2시간 이상 TV 시청하는 어린이들은 그들보다 적게 시청하는 어린이보다 집중력 부족 등의 행동 문제와 사회성 부족, 비만 등의 위험이 2배가량 높았다. 일본 야마나시대 쿠시마 메구미 간호학 교수 연구팀은 일본 환경·아동 연구 그룹 15개 센터에서 수집한 모자 8만 4030쌍의 조사 자료를 분석했는데 1살 때 매일 TV나 DVD 화면을 시청하는 시간이 1시간 이상인 남자아이는 전혀 시청하지 않는 남자아이보다 3살 때 SAD가 발생할 위험이 2~3배 높았다. 1살 때 TV 또는 DVD 화면을 보는 시간이 1~2시간인 남자아이는 SAD 위험이 2.16배, 2~4시간인 경우는 3.48배였다. 4시간 이상이면 3.02배 높았다.

비만도 문제였다. 미국 매사추세츠어린이종합병원과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 TV를 보는 시간이 하루 한 시간씩 늘어나면 수면시간은 7분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6개월부터 8세 어린이 1800명을 대상으로 거의 모든 어린이가 TV 시청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나면, 하루 잠자는 시간이 7분씩 줄었다. 미국 템플 대학 연구팀이 8~11세 실험 결과 잠자는 시간이 많을수록 칼로리 섭취량이 줄었다. 적을수록 칼로리 섭취량이 많게 된다. 이는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는 어린이일수록 비만이 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위험 요소들 때문에 세계적인 전문가집단은 기준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소아청소년과 협회(AAP)의 유아 영상시청 지침은 만 2~5세 아동의 경우 영상시청은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한다. 만 6세 이상 어린이는 규칙적이며 시간제한을 둬 시청 시간이 수면 및 신체 활동에 방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미국 소아청소년과 협회(AAP)는 18~24개월 부모가 고품질 프로그래밍으로 아이와 함께 보도록 하지만, 아예 캐나다 소아학회는 두 살 미만의 영아들에게 영상시청은 권하지 않는다. 미국 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도 생후 18개월 이전에는 TV나 DVD 화면을 아이에게 노출 시키지 말 것을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1세 미만의 유아에게 TV나 DVD 화면을 노출하지 않게 권하고 있다.

엄마가 옆에서 지도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 엄마가 우울증이 있으면 2~5세 영‧유아는 TV를 오랫동안 시청하는 것을 밝혀냈다. 왜 그럴까. 우울증으로 인한 의욕 저하로 자녀와 함께 TV를 시청할 때도 상호작용 없이 수동적으로 되기 때문에 유아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들은 자신보다 TV가 자녀에게 더 큰 기쁨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아이가 매우 활발하고 엄마가 과체중이면 엄마인 비만인 집에서 자라는 유아들이 그렇지 않은 가정의 유아보다 TV 시청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영유아동 전용 IPTV 서비스 채널을 광고하고 있다. 유아 관련 상담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 박사는 성인 상담 심리뿐 아니라 연예인 스타들의 상담도 하고 있다. 보통의 방송인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빈번하게 많은 프로그램이 노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가 됐다. 이제 각종 광고에도 보인다. 영유아동 전용 IPTV 서비스 채널의 광고는 우려스럽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연구자들은 TV 채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오 박사의 스타성으로 채널에 힘을 실어주는 그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오은영 신드롬이 일어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닐 수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힘든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관한 인프라는 많지 않다. 이점에 우리는 주목하고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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