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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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산불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국이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전례 없는 폭염으로 기후재난의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남서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1500명 넘게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올 여름 포르투갈은 폭염 관련 사망자가 106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40도를 웃도는 살인적 폭염이 덮친 스페인에서도 사망자가 잇따랐다. 약 열흘간 이어진 폭염에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한다.

산불이 번져 이재민도 속출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는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산불까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7배에 달하는 약 110㎢ 면적이 불에 타면서 이재민이 1만 4천명을 넘었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를 품고 있는 프랑스 지롱드 지역에서는 산불이 계속 번져 수천명이 추가로 집을 떠나야 했다. 스페인 전역에서도 화마와의 싸움이 이어졌다.

여름 날씨가 서늘한 영국에서마저 기온이 41도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화재 등으로 건물 41채가 파손되고 소방관 16명이 다쳤다고 한다. 화재 신고가 평소 350통 정도인데 하루는 2600통이 쏟아져 들어와서 소방당국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바쁜 날을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런던시는 가급적 대중교통 이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폭염 환자까지 겹치면서 응급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선로가 뒤틀릴 위험 등을 이유로 열차 운행을 취소하기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벨기에 등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나라들도 앞으로 며칠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 역시 폭염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일부 지역 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모로코에서도 산불로 1300명이 대피했고 그리스 크레타섬, 터키 서남부,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인근에서도 산불 진압 작업이 한창이란다. 올해 유럽에서 봄이 건조하고 더웠던 탓에 산불 발생 시기가 앞당겨졌다. 또 지금 불이 잡힌다고 해도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다시 불씨가 살아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프랑스 알프스 지역 당국은 몽블랑 등정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상 기후 조건과 가뭄으로 인해서 바위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서다.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면서 북유럽에서도 전례 없는 무더위를 경험하고 있다. 덴마크기상연구소에 따르면 덴마크 남부 롤란섬의 최고 기온이 35.9도, 유틀란트 서부의 보리스는 35.6도를 각각 기록했다고 한다. 역대 7월 최고 기온인 1941년의 35.3도 기록을 81년 만에 갈아치웠다. 덴마크의 사상 최고 기온은 1975년 8월 관측된 36.4도였는데, 이 기록마저도 조만간 깨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웨덴 기상청도 여러 지역에 폭염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이렇듯 유럽 곳곳이 며칠간 이어지는 불볕더위와 꺼지지 않는 산불로 연일 신음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사람을 죽이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서 폭염과 가뭄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곳곳도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남부 일부 지역은 최고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면서 대규모 정전과 화재가 속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주를 비롯한 미국 중남부 지역은 연일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일부 지역은 50도 넘게 기온이 치솟으면서 지난 191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측정된 역대 최고 기온 56도에 근접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40일 연속 37도를 넘기며 새 기록을 세웠다. 절반이 넘는 28개 주에서 폭염 특보가 발령됐고, 미국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상 폭염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속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재도 잇따랐다. 미국 13개 주에서 대형 화재만 100건 가까이 발생한 상태, 중남부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됐고, 북동부에 있는 보스턴시에도 폭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구테흐즈 유엔사무총장의 말처럼 이제 인류는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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