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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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천재지변도 무섭고 감당하기 어렵지만, 전염병도 무서운 존재이다.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들이 있다. 흑사병이나 천연두 또는 콜레라 등이 있었고, 20세기 들어와서는 소위 스페인독감이라 불리는 호흡기병이 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21세기에도 새로이 등장한 여러 전염병이 있지만,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률명이 바뀌면서 이제는 전염병에서 감염병이라 불리지만, 질병이 전염되건 감염되건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이전의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는 교통·운송수단의 발달로 인해 국가 간의 이동이 일일권에 접어들면서 전파의 속도가 과거의 감염병과 달리 국가들이 대처하기도 어렵게 순식간에 확산될 정도로 빨랐다.

감염병의 확산이 빨랐던 것처럼 백신개발도 상대적으로 다른 백신에 비해 빨랐다. 물론 빠른 만큼 임상실험을 신속하게 하면서 백신의 부작용도 그만큼 컸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백신의 신속한 개발로 어느 정도 감염병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계속해 발생하는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엔데믹을 예상했던 올해 초와는 달리 그 끝이 아직은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들어와서 두 번이나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세계적인 감염병이라 해도 변이바이러스가 나오면서 차츰 독성이 약해지고 일반적인 수준의 호흡기병으로 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러 차례 백신접종에도 감염이 되고, 완치 후에도 재감염이 되는 등 감염병으로서 위험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감염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과 감염 후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인간사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에 직면했고,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인간사회가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격화상회의, 원격수업이나 원격강의 등 비대면 온라인의 만남이 점차 일상화되면서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런 경향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도 온라인 시대에 맞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이 인간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염병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국가에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헌법은 제36조 제3항에서 국민의 보건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증진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번 감염병 사태에서도 병의 확산을 차단하고 국민의 보건 보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K방역이란 용어가 마치 세계적으로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의 기준이 되는 것처럼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명분 속에서 기본권침해 논란은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의 보건보호라는 과제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국가에 묻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파악을 위한 위치추적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를 남겼고, 병의 확산방지를 위한 모임 규제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위한다고 해도 국민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국민의 보건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있지만,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것은 더 중요한 국가의 의무이다. 국민의 자유를 보장해야 국민의 보건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건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조를 요청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국가행정의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이라면 공익을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국가의 일방적인 대응이 결국 한계에 봉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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