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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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국군은 변변한 탱크마저 없었다. 휴전선을 넘어온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수도 서울을 점령하고 무기가 없는 국군은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최전선에서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인 구식 총으로 북한군과 싸웠던 국군은 죽어가며 우리에게 탱크를 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각인되고 있을까.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지난해 선진국이란 명예를 얻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개발도상국인 한국을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 인공위성을 쏴 올리고, 얼마 전에는 KF-21전투기를 생산, 2차 시험비행까지 마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에서 8번째로 자력 전투기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군비 경쟁에서 우위에 섰던 일본과 중국이 지금은 한국 전투기를 신경질적으로 깎아내리고 있지만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충격을 받은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19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구입한다고 공식발표했다. 180대의 K2 흑표전차를 올해 인도받기 시작, 기술 이전을 통해 800대 이상의 K2 전차를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K9 자주포도 48대를 구입한 뒤 이후 600대 이상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9 600대 이상은 2024년부터 인도가 시작되며 2026년부터 폴란드에서 양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K9자주포는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에서 정밀한 타격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소총마저 만들 수 없었던 한국의 무기 수준은 이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신무기 제조 위상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남북한 긴장을 통해 얻은 경쟁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원 우수한 두뇌들과 대기업 방위산업체 경제력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필자는 675AD 세계 최강의 당나라 20만 대군과 싸워 대승한 신라군의 매초성 전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나라 측천무후는 자신에게 선전포고한 문무왕을 제거하기 위해 말갈군을 앞세운 20만 연합대군을 시켜 신라정벌을 명했다. 당 대군은 평양성을 출발해 매초성에 진을 친다.

이때 당나라 20만 대군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바로 신라 고유의 신병기 포노(砲弩)였다. 한번에 10발 이상씩을 쏠 수 있었던 이 포노는 신라군의 비책으로 당나라가 몇 번이나 그 기술을 빼내려 해도 불가능했다. 포노를 제작한 사람은 신득(身得, 관직은 나마 奈麻)이었다. 558AD(진흥왕 19) 2월에 국왕에게 바쳤다. 당나라에서 신득을 불러 기술을 알려고 했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신라군 9군수를 5만명(백제 사비성 공격 당시에도 5만 병력)으로 가정한다면 포노군은 10분의 1로 편성 된 것으로 상정되고 있다. 5천명의 포노군이 지대가 높은 곳에 매복하고 있다가 일시에 10발씩을 쏜다면 한번에 5만발의 화살이 당나라군에게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 시위에는 10만발, 3~4번 시위가 당겨지면 수십만발의 화살이 하늘에서 떨어지게 된다.

매초성에서 당나라 대군이 힘없이 무너진 것은 신라 군사들의 임전무퇴정신과 전투력에도 있었지만 바로 신병기의 위력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이 전쟁 이후 당나라는 신라 복속의 야욕을 버리게 된다.

우수한 신병기와 튼튼한 국방력은 전쟁을 막는 억지력이다. 다시는 6.25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일련의 한국산 병기가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짐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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