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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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목소리 큰 노동자가 설친다. 먹고 사는 문제가 난망이다. 노동조합은 임금협상도 하고, 정치파업도 하고, 불법 탄핵도 앞장선다. 대우해양조선소에서 보듯 강성 노동자는 파업을 뒤에서 주도하고, 하청 서민 노동자가 감방에 가는 신세가 됐다.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노동조합원의 임금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중소기업의 하청 노동자에게는 어떤 목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 목소리 큰 노동자의 좌경화는 시장을 경색시키고, 공급망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문재인 청와대는 주52 시간제, 최저임금제,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중소기업을 돕는 시늉을 하면서 현금살포를 했지만, 대부분의 하청 기업은 노동정책의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결국 뿌리산업,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망 환경을 갈수록 악화시킨다. 그와 더불어 한국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위기를 맞고, 세계 공급망 생태계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간다.

문재인 청와대의 脫원전으로 전기료는 올라가고, 벌써 뿌리 산업의 비명이 들린다. 중소기업은 혜택은 받지 못하고, 국가 주요 정책에 피해만 본다. 뿌리 산업의 중소기업은 토요일 하루라도 전기 요금을 낮춰달라고 한다. “연간 6만t 이상의 구리를 전기로 녹여 전기자동차 케이블용 구리판을 만드는 동박판 제조 전문 A사는 최근 부쩍 오른 전기요금으로 비상이 걸렸다. 전기료가 올해 70억원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전기요금이 전체 제조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A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가 상승과 한전의 누적 적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연내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최대 27% 인상(㎾h당 110원→140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금속가공·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한국경제신문, 7월 24일).” 기업주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불만도 비명에 가깝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노동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지난 22일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강성노조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청노조가 이렇게 강성일 줄은 몰랐다. 한꺼번에 곪아 터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2일 노조가 5년간 삭감된 임금의 회복(30%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드러난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청구조 문제도 되짚어야 할 시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조선업계에 다단계 하청이 고착화되면서, 20년 넘는 경력자의 임금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조선업 불황 때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가 반복돼왔다(경향신문, 7월 22일).”

조선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이고, 뿌리산업, 소부장이 집중적으로 요구되는 업종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중 육성한 산업이다. 시대가 바뀌어 배부른 젊은층은 외면하는 산업이 됐다. 조선업은 설계의 고도화로 호화여객선, 잠수함, 고성능 이지스함, 항공모함 등이어서 잘 꾸리면 구미가 담기는 업종이다. 대학 출신들 백수는 취업이 되지 않는데, 이 산업은 노동자들이 등 돌린지가 오래 전 일이고, 열악한 현장에선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중국에 넘어갔던 산업은 기술 부족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다시 생기를 찾고 있다.

한은총재는 대통령, 국회, 기재부, 금융감독원, 노동부, 강성노조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본 물가와 고용을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게 된다. 중소기업 취업자 비율이 90%나 된다. 그러나 국가 노동정책은 매번 민주노총 큰 소리만 들린다. 더욱이 한은은 대기업 노동자, 공기업, 공무원 임금인상에 끌려 다닌다. 세계공급망 생태계는 한은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더욱이 한번 공급망 생태계가 무너지면 다시는 복원이 어렵다. 중국의 세계시장의 디커플링으로 예외적 기회가 오고 있다.

한편 마르크스는 면제품(cotton goods)과 석탄(coal) 등 코스트와 가격에 관심을 가졌다. 자본의 구성도는 자본과 노동, 그리고 과거 자본축적의 잉여가치가 관심영역이었다. 19세기 당시 면제품과 석탄은 가장 기본이 되는 으뜸 산업생산이었다. 그곳에서 마르크스는 교환가치로 인한, 자본의 축적과 착취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강성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에 집중해서 이론을 편 것이 아니다. 한편 우리의 현재 임금정책은 강성노조가 좌우한다. 90% 되는 고용과는 관계가 없이 임금을 결정한다. 좌파정권도 엉터리라는 소리가 아닌가?

주52 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 등은 임금정책이 할 수 없이 면피용으로, 즉 할 수 없이 한 협상이다. 이는 공급망 생태계를 죽이는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다른가? ‘화물차주 생계를 정부가 완전히 보장한다’라는 협상을 하고 있다. 화물차주가 노동자가 아닐 터인데…. 그들도 공무원인가? 이런 정책으로 산업이 성할 이유가 없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노무현 정부 노동부 장관)는 “건설 현장만 하더라도 자기네 조합원이 아니면 채용하지 못하게 한다. 사업주는 노조 보복을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민노총은 민노총대로, 한노총은 한노총대로 권력과 집적 거래한다. 문 정부 5년 동안 공공부문 요소요소에 노동계 출신들이 얼마나 많이 박혀 있었나”라고 했다(조선일보, 7월 18일).

이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비용과 가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게 공급망 생태계를 살리고,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 정도의 길을 두고, 목소리 큰 민주노총,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펴고 좌파정권이라고 한다. 그건 평등과 평화가 아니라, 폭력으로 ‘감투 중독자’만 양산하게 된다. 북한, 중국, 러시아 공산권이 욕먹는 이유가 ‘감투중독’으로부터 찾게 된다. 뿌리산업, 소부장의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난망이고, 세계 공급망 전선은 계속 빨간불이 켜진다(천지일보,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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