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확진자 “공중보건 대응, 최악”
미국 내 누적 확진자 2900여명
WHO PHEIC 선언에 당국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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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신화=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한 의료진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3천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원숭이두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2.07.26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내가 살면서 겪은 가장 끔찍한 고통이었습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가브리엘 모랄레스(27, )는 병변이 몸에 발생한 상황에서 이달 초 진단 테스트를 받으려 시도했지만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진단 테스트를 받기까지 4시간의 전화통화를 해야 했고, 5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후 그는 자택으로 돌려보내졌고, 일주일 이내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8일 동안 자택에서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공중보건 당국의 대응은 그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도시의 백신 웹사이트는 특권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백신을 맞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응급실 비용 720달러였다. 더 황당한 것은 그가 10일 전에 받은 진단 테스트 기록이 병원에 없었다는 점이다.

모랄레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에(NYT) 자신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겪은 공중보건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비()아프리카 지역에 확산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72개국에서 15800여 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미국 내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2900여 명에 달하지만 아직 비상체제로 대응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지난 23(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언한 후 25일 미국 정부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감독할 백악관 조정관을 지명할 방침이다.

보도에 따르면 비상사태 선포를 두고 보건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보건 당국자들은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서 비상사태 선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상사태 선언은 상징적일 뿐이고 백신 부족 등 기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의료정책 싱크탱크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에서 글로벌 보건 정책 부문을 이글고 있는 제니퍼 케이츠는 비상선언은 정말 독특한 사건에 선포돼야 하는데, 원숭이 두창의 경우 해당 기준이 충족되고 있다""국가를 넘나들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이전에는 없었던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내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조언했던 스콧 고틀리브도 원숭이 두창이 미국에서 이미 풍토병이 됐을 수 있다그렇다면 최근의 가장 큰 공중보건 정책의 실패라고 우려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방식은

이날 NYT 보도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차이를 보인다.

WHO의 코로나19 기술 책임자인 마리아 벤 커크호브 박사는 “(원숭이두창) 전염은 실제로 밀접한 신체 접촉, 피부 대 피부 접촉에서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WHO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의복과 침구와 같은 감염된 물건을 만지거나 공유하거나, 재채기나 기침으로 생성되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서도 퍼질 수 있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 비말과 오염된 표면을 넘어서는 사람 간 전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지만 후에 공기 전파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경로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 있는 토마스제퍼슨대학의 수두 바이러스 전문가인 루이스 시갈은 그렇다고 해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발생한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며 그들 중 다수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으로 파악됐지만,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성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걸리게 된다는 증거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WHOHIV, 간염 및 성병 프로그램 고문인 앤디 실레 박사는 원숭이두창은 쇼셜미디어의 일부 사람들이 부르는 게이 질병이 아니다라며 긴밀한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의 백신 및 감염병 기구의 바이러스학자인 안젤라 라스무센 박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손 위생 및 표면 소독 실천 등 Covid의 위험을 줄이는 것과 동일한 조치가 원숭이 수두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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