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후원 6번째 환수문화재
왕과 왕비 위해 왕실 의례용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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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보(御寶)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盝)’이 라이엇 게임즈 후원으로 올해 7월 매입해 국내로 들어온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보록 귀환 기념 언론공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관계자들이 보록의 상단 부분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2.07.27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보(御寶)’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목재로 제작된 보록의 모서리는 모싸개가 장식했다. 뚜껑과 몸통을 연결하는 경첩의 아래쪽은 길다. 가로 23㎝, 세로 23㎝, 높이는 27.5㎝다. 외부에는 잠금장치도 달려있다. 보록의 내부는 무문 명주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사무총장 김계식)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환수된 보록을 공개했다. 이는 라이엇 게임즈 후원으로 올해 7월 환수된 것이다.

보통 왕과 왕비에게 존호(尊號), 시호(諡號) 등을 올리며 제작된 어보를 보관할 때는 내함과 외함이 사용된다. 내함은 ‘보통(寶筒)’이라고 하고, 외함은 ‘보록’이라 부른다. 내함과 외함에 담겨진 어보는 종묘 또는 외규장각 등에 보관된다. 어보 제작 시 보록을 함께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전에 만들어 둔 것을 수보(修補: 낡은 곳을 고치고 갖추지 못한 데를 기움)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제작시기를 알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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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문화재청장과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보록 귀환 기념 언론공개회’에서 환수된 보록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27

서준 문화재전문위원은 “환수된 보록은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로서, 왕과 왕비를 위해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됐다”며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보록은 임진왜란 이후 1600년대부터 순종 대까지 300여 년에 걸쳐 같은 형태로 꾸준하게 제작된 공예품으로, 궁중 공예품의 양식과 재질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수된 보록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록에 담겨져 있는 어보 자체가 보록을 설명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인데, 이번처럼 보록만 발견된 경우는 보록의 주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환수한 ‘보록’은 재단이 지난해 정보를 입수, 소장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전문가들의 평가와 실견을 통해 매입에 성공했다. 재단이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동 유물은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후 판매를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조선왕실의 문화재인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관련 검토를 거쳐 매입을 추진했다. 소장자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설득한 끝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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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의 6번째 환수문화재인 ‘보록’(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07.27

특히 보록은 라이엇 게임즈의 6번째 환수문화재다. 문화재청과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협약을 통해 문화재 환수·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2013년 12월  환수)’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1월  환수)’, 항일의병장 척암 김도화의 ‘척암선생문집(拓菴先生文集) 책판(2019년 4월 환수)’, 조선시대 왕실 관련 유물인 ‘백자이동궁명사각호(白磁履洞宮銘四角壺, 2019년 6월 환수)’, ‘중화궁인(重華宮印, 2019년 6월 환수)’ 환수에 도움을 줬고 이번 보록의 환수 지원으로 또다시 의미 있는 환수 사례를 남겼다. 

한편 환수된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를 통해 8월 중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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