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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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방한 첫 일정으로 LG화학의 R&D캠퍼스를 방문했다. 옐런의 방문은 한미 배터리 협력의 상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전기차 배터리 동맹의 강화는 우리 기업과 K배터리에겐 기회다.

다만 K배터리의 올해 1∼5월 점유율은 25.6%로 작년대비 9%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23.1%로 글로벌 2위로 CATL에 8% 차이로 밀려났다. 삼성SDI는 5.3%로 5위, SK온은 5.1%로 6위다. 또한 유럽 일부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전기차 전환 속도 지연 정책도 K배터리 성장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점유율의 하락은 K배터리의 위기다.

반면 중국계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계 업체들은 금년 상반기만 114조 투자하고 생산 공장을 85개 착공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3위였던 CATL이 1위(점유 33.9%), BYD(12.1%) 3위를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통계 조사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27%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산업의 양대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와 ESS 시장은 각각 2025년 1600억 달러, 2026년 10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엔 ‘현대 경제의 혈액’이라는 반도체 산업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ESS 외에도 무선 가전, 로봇, 사물 인터넷 등 코드리스(cordless)로 된 대부분의 4차 산업 상품을 움직일 필수품으로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또한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은 시간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따라서 한국·미국·중국·일본 등이 전기차 배터리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기술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키워가는 CATL은 지난 23일 1회 충전에 1000㎞를 갈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안전성이 높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5년 상용화할 계획이고 혼다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닛산은 화재 위험성을 낮추고 성능은 올리는 연구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탈탄소 정부기금을 지원한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 연구개발(R&D)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부터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 SK온과 삼성SDI도 1회 충전으로 최대 7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앞으로 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이자 더욱 격화될 전비 전쟁에서 앞서야 한다. 또한 충전소 등 인프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망 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배터리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 등으로 취약한 공급망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화재 등으로 인한 안정성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도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배터리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원재료 확보를 위한 정부·기업 컨소시엄 구축,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나 관련 기업이 하루빨리 안전 규정을 확립해 화재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야 글로벌 무대에서의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술과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의 대처와 규제 완화가 기민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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