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 최선주 학예연구실장 인터뷰
[천지일보 광주=이현정 기자] 유물을 수집하고 관리, 연구하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것이 바로 큐레이터(학예사)의 일이다.
“큐레이터는 관람객과 유물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국립광주박물관 최선주 학예연구실장.
최선주 학예연구실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새 박물관 건립부터 참여해 미술부·아시아부·전시과를 거쳐 교육팀장, 어린이박물관 팀장에서 올해 1월 국립광주박물관으로 부임했다.
지난날 중외공원을 찾을 때마다 으리으리한 광주박물관을 바라보며 ‘저곳엔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는 최 실장은 이제 큐레이터로서 광주박물관을 소개하는 입장이 됐다.
“광주박물관은 큐레이터가 유물을 수집·발굴하고 보존, 연구해 전시까지 기획하고 개최하는 학예연구실과 박물관의 시설과 예산 등을 담당하는 기획운영과로 운영되고 있어요.”
중앙박물관은 과별로 부서가 나뉘었지만 지방단위 박물관은 크게 기획운영과와 학예연구실 등으로 구성됐다. 최 실장은 학예연구 소속으로 학예연구실을 총괄한다.
광주박물관은 특별히 큐레이터와 관람객의 만남을 주선하는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간은 큐레이터가 직접 관람객에게 유물을 소개하고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어 그 도시의 뿌리와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큐레이터들은 영원히 보존될 유물을 잠시 맡은 입장이죠. 하지만 관리를 넘어 유물을 통해 지역민에게 감동과 창조적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재를 가끔 소홀히 여길 때가 있다. 혹은 국외에서 우리의 문화재가 인정받았다는 뉴스를 접할 때 ‘아~우리 문화재도 훌륭하구나!’라고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해외평론가들의 순천 선암사에 대한 찬사를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방송 이후 선암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주상태.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문화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공부가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고 지키는 올바른 모습이라고 최 실장은 말한다.
최 실장은 “서양미술전이나 유명 문화재를 전시할 때는 많은 분이 찾아주시죠. 하지만 그 외 특별한 타이틀로 전시되지 않는 문화재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라며 문화재 호응도 부분을 아쉬워했다.
최 실장은 1999년에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 차 독일에 방문했다. 당시 325점의 우리 문화재를 독일에서 전시했는데 불상, 금관, 도자기 등 한국의 정신이 깃든 문화재들이 상당수였다.
독일 현지에서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잊을 수 없었던 것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의 모습이었다.
일명 ‘외화벌이’로 파독된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에서 열린 한국 문화재 전시에 눈물을 흘리며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에 감탄했다.
외지에서 만난 우리 문화의 정신과 우수성은 그동안 그리워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귀한 시간이 됐던 것이다.
‘해외 나가면 애국자 된다’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하게 여기던 우리의 것이 사실 얼마만큼의 정서와 국민성, 선조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는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 실장과 광주박물관은 예향도시 광주가 그동안 지녀온 지역문화와 문화재를 더 많은 지역민이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말한 ‘큐레이터와의 만남’부터 시작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박물관 캠프, 가족 및 희망대상을 위한 뮤지엄 체험 등 상시 프로그램으로 박물관과 지역민 소통의 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광주박물관에서는 호남문화를 알리는 ‘남도특별전-광양’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 4월에는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외규장각 의궤’ 전도 개최될 예정이다.
최 실장은 “앞으로는 많은 사람이 광주박물관을 찾게 할 계획이다. 특별전시도 연이어 추진하고 있고 재미있는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선 큐레이터들의 수고와 노력도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문화도시 광주의 시민과 지역민들의 관심이 박물관을 보다 살찌우는 원동력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